최초의 근대식 초등학교 교동초, 통폐합에 뒤숭숭

2014. 8. 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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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적어 맞춤형 교육 잘 되는데, 다시 통폐합 소문 도니 앞이 깜깜"

"한동안 잠잠한가 싶더니 요즘 옆에 있는 초등학교와 통폐합 이야기가 다시 나오나 봐요. 그래서 엄마들이 인터넷으로 통폐합 반대 청원을 하자고 해서 서명을 받고 있어요. 학교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만든다는 소문도 다시 돌고요."

국내 첫 근대식 초등학교인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에 또다시 통폐합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교동초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조현진(가명·여)씨는 5일 "교동초는 학생 수가 적어 아이 한 명 한 명에 대한 맞춤형 교육도 잘되고,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돌봄교실도 대기할 필요 없어 무척 만족한다"며 "통폐합 소식에 많은 학부모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중심부 초등학교로 수년 전부터 학생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던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의 2011년 신학기 입학식에서 신입생 전원이 교실에서 담임선생님과 인사하고 있다.세계일보 자료사진

교동초 통폐합설의 진원지는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지난 6월 초 서울을 포함한 전국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학생 수와 학생 1인당 교사수, 교육비, 학교 면적, 교육재정 현황 등을 토대로 감사원 직원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했다.

교동초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학교에 대해 이것저것 확인하더니 '재동초와 통합하게 되면 어떻겠느냐'고 묻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생각도 안 해봤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이 소규모 학교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감사원 측은 "소규모 학교 건은 내부 처리 중이고, 9월쯤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규정상 지금은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교동초는 1894년 '관립교동왕실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초등교육기관이다. 윤보선 전 대통령, 소설가 심훈, 동요작곡가 윤극영 등의 모교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가 가속화하면서 학년당 학급수 1개, 전교생 117명의 초미니 학교가 됐다. 교동초보다 1년 늦게 개교한 인근의 재동초도 학생 수가 260여명에 불과하다.

이런 탓에 교동초는 3년 전에도 폐교위기를 겪었다. 당시 종로구에서 학교를 폐교하거나 학교 부지에 주차장과 전통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자고 서울시교육청에 제안했던 것이다.

서울은 초등학생 수가 약 20년 동안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초등학교 통폐합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4일 시교육청이 금천구 신흥초(학생수 389명)와 흥일초(431명)의 통폐합을 발표하면서 서울도 더 이상 무풍지대가 아니게 됐다.

지난해 4월 현재 전국의 소규모 초등학교(학생수 120명 이하)는 1949곳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 해 동안 40개 안팎의 학교가 폐지되거나 통합됐고, 올해도 통폐합은 계속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교동초 학부모와 동문회 이름으로 '우리나라 초등교육 발상지 서울 교동초 통폐합 반대 및 존속보존 청원'이란 온라인 청원이 진행 중이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교원단체에서도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반대하는 사안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도 학생 수가 줄고 있어 장기적인 차원에서 통폐합 매뉴얼을 만들 생각"이라며 "하지만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폐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 교사, 동문회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동의를 구할 것이므로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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