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역사 CIA는 어떻게 첩보기관서 살인기관으로 변했나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세계 모든 정보기관의 철칙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마찬가지였다. CIA는 1947년 창설된 이래 지금까지 '세계의 경찰' 미국의 영향력을 떠받치는 정보력을 자랑해왔다. 전 세계에 심어놓은 막대한 정보 네트워크를 동원해 2001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정부가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사담 후세인을 겨냥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이라크전을 시작한 것도 CIA가 제공한 테러 음모 및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의혹 정보 때문이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신호(19일자)에서 CIA가 2000년대 대테러전을 거치면서 무소불위(unstoppable)의 거대 공룡이 됐다고 지적했다. CIA가 애초 존재이유였던 외국 정부·기관들 겨냥 첩보기관에서 테러범 색출 및 검거, 살해에 집중하는 인간사냥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 정보기관은 대이라크 정보 실패, 드론(무인기) 오남용 사례, 테러용의자 불법 구금·고문 등의 비판 여론에도 지난 68년 간 쌓은 정보력과 대통령에 대한 직접보고 권한, 미 정치권에 포진한 인맥을 총동원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FP 결론이다.
FP에 따르면 CIA는 창설 초기만 하더라도 미국에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냉전시대 서방을 대표해 옛소련의 공세를 잇따라 무력화했고, 제3세계 국가의 공산주의화를 철저히 차단했다. 하지만 1990년대 탈냉전 시대가 찾아오면서 전 세계 정보기관의 위상이 달라졌다. 더 이상 스파이 활동이나 주요 인사 암살 행위가 원천봉쇄된 것이다. 인력감축과 예산축소 등 혹독한 구조조정이 도래했다. CIA는 또 대테러전으로 미국에 엄청난 전비·인명 피해를 초래한 무능 기관이자 불법 구금·고문 행위로 반인권이기까지 한 집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렇지만 CIA는 용케 살아남았다. CIA의 2013년 예산은 147억달러(약 16조원). 20년 전 48억달러의 거의 3배에 육박한다. FP는 CIA가 탈냉전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미 국가정보국(DNI), 국가안보국(NSA), 국방비밀공작국(DCS) 등과의 생존경쟁을 뚫고 옛 위상을 회복한 데는 예일대 등 미 정치권 곳곳에 포진해있는 아이비리그 출신 학맥과 대통령에 대한 직보권, CIA 출신들을 대거 새 정보기관에 내려보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CIA는 21세기 화두로 떠오른 대테러전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6년 조직 내에 '대테러리스트센터'(CC)를 세운 CIA는 10년 뒤엔 빈라덴 전담 추적팀을 구성했다. 1998년엔 내부적으로 알카에다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CIA의 이같은 노력은 2001년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빛을 발했다. 부시 행정부가 CIA 보고를 받아들여 대테러전을 시작한 것이다. 또 2009년 집권해 대테러전을 '파병 대신 암살'로 전환한 버락 오바마 정부도 드론을 통한 테러리스트 제거에 집중한 CIA에 크게 기대게 됐다는 게 FP 분석이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세계 톱10 정보기관(2015년 기준)
순위/ 기관명/ 국적
1/ 국내정보부(ISI)/ 파키스탄
2/ 중앙정보국(CIA)/ 미국
3/ 비밀정보국(MI6)/ 영국
4/ 연방보안국(FSB)/ 러시아
5/ 연방정보국(BND)/ 독일
6/ 해외연구정보국(RAW)/ 인도
7/ 대외정보총국(DGSE)/ 프랑스
8/ 비밀정보국(ASIS)/ 호주
9/ 국가안전부(MSS)/ 중국
10/ 정보·특수임무작전국(MOSAD)/ 이스라엘
<자료: 미국 A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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