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만 위안 못 받아" 30대 중국인, 경북 구미서 숨진 채 발견

아파트 옥상 물탱크서… “그들이 나를 속였다” 쪽지 남겨

경북 구미경찰서

경북 구미시 한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서 30대 중국인이 속옷 차림으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숨진 중국인의 조끼에선 임금체불을 비관하는 듯한 쪽지가 발견됐다.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시 30분쯤 경북 구미시 한 아파트 5층 옥상 물탱크에서 중국인 A(37)씨가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시신은 최근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주민 신고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물탱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구미시는 해당 물탱크 소독에 나섰으며, 당분간 입주민들에게는 생수를 공급키로 했다.

현장 수색에 나선 경찰은 물탱크 옆에서 발견된 조끼 속에서 A씨 명의의 중국여권과 현금 2만8,000원, 임금체불을 비관하는 유서 성격의 쪽지가 발견됐다. 중국어로 된 쪽지에는 “나는 노동자다. 그들이 나를 속였다. 중국돈 3만 위안을 주지 않았다. 3개월 치 월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A씨가 부산에서 선원으로 근무하다 지난달 20일 구미로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근무처와 임금체불여부, 행적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달 21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A씨 것으로 보이는 신발과 바지를 발견됐으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별 생각 없이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A씨는 최소한 21일 이전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라인에 사는 10가구 주민들은 20일 가까이 시신이 잠김 물을 마신 셈이다. 경찰은 기온보다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고 물속에선 부패 속도가 늦어 늦게 발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물탱크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선 수직으로 붙어 있는 철제 사다리를 타고 겨우 한 명이 빠져나갈 수 있는 사각형 틈을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에 자살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오후 A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 정확한 사인과 자살 또는 타살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h@hankookilbo.com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