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한 관세음보살좌상 일본에 돌려줘라" 시민단체들 회견
[경향신문] “절도범이 훔친 불상이다. 즉각 일본에 돌려줘라.”
일부 시민단체들이 12일 4년 전 국내 문화재 절도단이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對馬)의 간논지(觀音寺)에서 훔쳐온 고려시대 관세음보살좌상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인권정당 문화재발굴조사위원회, 문화재제자리찾기 등의 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의 절도 행위에 대해 사과하는 차원에서 한국 정부는 절취한 불상을 일본 사찰에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회견문에서 “(충남 서산) 부석사에 있던 불상이 일본으로 반출된 경위가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인이 절도해 온 불상을 되돌려주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법치국가라 할 수 없다”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전역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절취한 불상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불상은 2012년 10월 문화재 절도단 4명이 간논지에서 훔친 것이다.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보관 중이다. 원 소유처로 알려진 서산 부석사는 일본 인도를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불상을 도난당한 간논지는 지난 3월 한국 정부에 불상 조기 반환을 요청했다.
대전지방법원은 이 불상이 한국에 반입된 이후인 2013년 2월 “일본에 침탈당했던 것”이라며 부석사가 제기한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이 불상이 일본으로 건너간 정확한 유출 경위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돌려주지 말라고 결정했다.
간논지가 조기반환 요청서를 보낸 것은 부석사가 지난 3년간 본안소송을 내지 않아 가처분 소송 피고인 한국 정부가 가처분 취소 신청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인권정당 최용상 대표는 “왜구의 약탈에 의해 부석사 불상이 쓰시마로 건너갔을 정황은 충분하다고 보지만 지난 3년간 조사 결과에서 불상이 약탈에 의해 쓰시마로 갔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국격을 실추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김재근 수석회장은 “우리가 일본에 약탈당한 문화재 반환 등 요구할 사안이 많다”며 “우선은 우리가 국제법상 규약에 따라 도난 물건을 반환하고, 과거사 문제를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이 불상은 장물”이라며 “부처님도 도둑질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장물 처리 규정에 따라 돌려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외교부 앞에서는 일본 간논지의 전 주지인 다나카 셋코(田中節孝) 스님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나카 전 주지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년 전 도난당했을 때엔 한국인들이 불상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분위기가 없었는데 이렇게 여러 분들이 지원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2개월 전에 외교부 장관에 불상 반환 요청 서한을 보냈다”며 “외교부의 회신은 없었지만, 보름 전에 한국 검찰이 ‘현재 상황으로는 돌려주기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단체들은 시민 1만명의 서명을 받아 오는 30일 국회와 법무부, 외교부, 문화재청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6월 초 간논지를 찾아가 절도행위 사과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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