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 대표의 녹농균, 최시원 개한테 옮았을 가능성 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17. 10. 26. 03:06 수정 2017. 10. 2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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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원 "검출 균, 항생제 잘들어 병원 내부 아닌 밖에서 왔을 것"
유족 "혈관 찢길정도 상처 깊어.. 故人 면역력 정상, 감염 어려워"
최씨측 "개 입에서 균 발견안돼", 수의사 "녹농균 있으면 악취"
구청, 최씨측에 과태료 5만원
‘한일관’ 대표 김모(여·53)씨가 지난달 30일 최시원(30)씨 가족의 반려견에게 물리자 서울백병원 응급실을 찾아 상처 부위 사진을 찍은 모습. 왼쪽 다리 종아리에 이빨 자국이 2~3㎝로 나 있다. /서울백병원 의사

가수 최시원씨 가족이 키우던 개에 물린 지 엿새 만에 패혈증으로 숨진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53)씨의 사망 원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를 처치한 서울백병원과 유족 측은 "개 입의 세균이 몸에 들어가 패혈증을 일으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패혈증을 일으킨 녹농균이 보통 '병원 내 2차 감염'의 주요 원인이고 개의 입에선 잘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씨가 병원에서 새로운 병균에 감염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개 주인인 최씨 측이 서울 강남구청에 '김씨를 문 개의 입에서 녹농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동물병원의 소견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지난 24일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강남구청은 25일 목줄 등 안전 조치를 하도록 돼 있는 동물보호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개 주인인 최씨 아버지 앞으로 과태료 5만원을 부과했다.

◇패혈증 일으킨 녹농균 출처 논란

숨진 김씨의 혈액과 가래 등에선 패혈증 원인으로 꼽히는 녹농균이 검출됐다. 한 감염내과 의사는 "개에 물려 녹농균 패혈증이 발생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6건 보고된 극히 드문 경우"라고 했다. 개에 물렸을 때 흔히 감염되는 세균은 개 입에 많이 사는 포도알구균 계열이다. 개의 구강 내 세균 분포에서 녹농균은 6%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 녹농균은 병원 내 감염에서 자주 검출되는 세균으로 꼽힌다. 개에게 물린 상처와 별도로 김씨가 병원에서 2차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녹농균은 소독제에도 잘 죽지 않아 상처 소독을 잘했어도 2차 감염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반면 김씨를 처치한 서울백병원과 유족 측은 개에게 물린 것이 패혈증 원인이라는 의견이다. 병원 측이 공개한 상처 사진을 보면 2~3㎝ 크기의 이빨 자국 여러 개가 환자의 왼쪽 무릎 밑 피부에 깊게 나있다. 서울백병원 의사로 근무 중인 김씨의 형부는 "병원 감염은 주로 장기 입원 중이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걸리는데, 고인(故人)은 당뇨병이나 암 치료를 받은 적 없이 건강했다"며 "그런 사람이 잡균이 묻은 개 이빨에 혈관이 찢길 정도로 깊게 물려 패혈증이 왔는데 다른 원인이 어디 있겠나"라고 했다. 서울백병원도 25일 공식 입장을 내고 "환자가 상처 치료를 위해 병원에 머문 시간이 한 시간 정도로 짧아 병원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녹농균 항생제 감수성 테스트에서는 '여러 항생제에 두루 잘 듣는 녹농균'으로 나왔다. 대개 병원 내 감염에서 검출되는 녹농균은 항생제에 내성(耐性)이 강하다. 김씨 몸에서 검출된 녹농균은 병원 내부에 있던 것이 아니라 병원 밖, 즉 개의 입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가천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병원 내 감염 녹농균의 20~30%는 항생제 내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내성의 정도만으로 출처를 알기는 어렵다. 내성이 없는 균일수록 독성이 강해서 패혈증을 일으킬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반면 한 수의사는 "녹농균이 있는 개는 고름과 악취가 있어 금방 확인할 수 있다"며 관리를 잘 받은 최씨 개가 녹농균을 보유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녹농균은 감염 없이 구강 내에 존재할 수 있으며 감염이 있을 경우 푸른 색의 고름과 악취가 난다.

◇6일 만에 패혈증 사망 가능한가

김씨는 개에 물린 날 응급실에서 상처 소독 처치를 받고 파상풍 차단 주사를 맞았다. 여기에 추가로 '오그맨틴'이라는 항생제 주사를 맞고 3일치 약을 복용했다. 최초 처치는 매뉴얼대로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환자는 개에 물린 후 닷새째 몸살 기운을 느꼈고, 사망 당일 아침에 고열, 기침, 폐렴 증세로 응급실을 찾았다. 세균 감염이 커지는 잠복기 이후 피가 가래에 섞여 나오는 객혈 증세가 심해졌고, 출혈이 폐 전체로 퍼진 것이다. 에크모(체외 폐-심장 순환장치) 치료까지 했지만 결국 그날 오후 5시쯤 숨졌다. 결정적인 원인은 세균이 혈액에 퍼진 패혈증과 그로 이한 '파종성 혈관 내 응고' 현상이다. 한림대 의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패혈증 시 혈액 응고 인자가 결집 파괴되어 전신에 출혈과 혈전이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상처 부위에 근막염이 심하게 생기고 감염 확산 속도가 빠르면 드물지만 일주일 만에 패혈증 쇼크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녹농균

감염 시 녹색 고름을 만든다고 해서 녹농균으로 불린다. 영어로는 슈도모나스균이다. 방광염·중이염·흉막염 등을 일으킨다. 입원 환자가 병원에서 새롭게 세균에 감염되는 경우, 이 균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개 입속에 사는 균의 6% 정도가 녹농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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