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750명' 역대급 채용에..공시촌 '갈아타기' 바람

김민성 기자 2018. 10. 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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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선발..형법·형소법 택하면 응시부담 없어
특채, 채용줄고 특혜논란.."일반공채 노리는 게 이득"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제70주년 여경의 날 행사에서 여경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6.7.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지난 12일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의 메카' 서울 노량진 수험가에서 만난 9급 검찰사무직 수험생 심혜윤씨(26·여)의 손에는 검찰직 수험서가 아닌 순경 채용시험 기출문제집이 들려 있었다.

3년째 검찰직을 준비해 온 심씨는 "여경 채용을 늘리겠다는 정부 기조가 분명한데, 이젠 명분보다 실리를 챙겨야 한다"며 "12월 여경 공채를 노리고 있다"고 입을 뗐다. 80대1~100대1에 달하는 검찰사무직 시험보다 여경 경쟁률이 낮은 데다 채용 규모까지 늘면서 수험 전략상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올해 하반기 경찰공무원(순경) 선발 규모는 일반 순경 공채 남 2160명, 여 750명, 경찰행정 특채 90명 등 총 3000명이다. 특히 여경 선발 규모가 지난달에 채용 규모(475명)보다 60% 가까이 늘었다. 여경 선발 비율은 Δ2017년 1차 9%, 2차 9.5% Δ2018년 1차 12.8%, 2차 19% 등 해마다 늘어났다. 이번 하반기에 25%를 기록하면 2018년 한해 뽑힌 여경 비율은 역대 최대가 된다.

◇선택과목 겹치는 검찰직·소방직 여성 수험생 "채용 규모 늘어 보험 삼아 응시"

이러다보니 노량진의 여성 수험생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여경 채용이 가장 큰 화두가 됐다. 단순히 선발규모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선택과목을 따졌을 때 동시에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의 폭도 늘어서다. 여성 채용규모가 검찰사무직, 소방직 등 타 직군보다 큰 만큼 여경 시험을 일종의 '보험'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검찰사무직 과목은 Δ국어 Δ영어 Δ한국사가 필수이며, Δ형법 Δ형소법 Δ사회 Δ과학 Δ수학 Δ행정학개론이 선택과목이다. 순경 공채 시험은 Δ영어 Δ한국사를 필수이며 Δ국어 Δ사회 Δ수학 Δ과학 Δ형법 Δ형소법 Δ경찰학개론 3개는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법학과를 졸업한 심씨의 경우는 형법, 형소법이 선택과목이고, 국어는 검찰직 시험에서 필수과목이라 추가로 준비할 과목이 없다. 심씨는 "검찰직을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일단 명분보다 실리(합격)이 중요하다"며 "공부량이 급격히 느는 게 아니라면 일종의 양다리를 걸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소방직 시험에 준비하고 있는 정아람씨(27·여)도 12월에 여경 시험을 노리고 있다. 소방직은 국어, 영어, 한국사가 필수다. 소방학개론, 행정법총론, 소방관계법규, 사회, 과학, 수학 중 2과목이 선택과목이다.

공과대학을 졸업한 정씨는 "(소방직 시험에서) 과학, 수학을 선택하고 있어 추가로 인터넷 강의 등 시간과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며 "소방학개론 등을 선택해 소방시험만 노리는 여자 수험생이 드문 점을 고려하면, 여경 채용 규모가 늘수록 '갈아타기' 수험생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또 "체력검정 시험도 있어 소방직을 준비한 수험생은 필기만 합격한다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경행특채 규모 120명→90명…"이참에 일반 공채로 갈아타자"

경찰행정 관련학과 재학생이나 졸업생만이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인 경찰행정학과 특채를 준비하는 여성 수험생도 순경시험으로 '환승'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경행특채가 1년에 한번뿐인 데다 채용규모도 올해부터 120명에서 90명으로 줄어서다.

그간 경찰행정학과 특채는 그동안 일반 공채와 특채의 시험 과목이 달라 경찰행정학과 졸업생은 일반 공채와 특채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이 포함된 시험을 골라 응시해왔다. 예를 들어 영어에 강하다면 일반 공채를, 형소법 등 기존 경찰 수험과목에 자신이 있다면 경행특채를 선택한 게 일반적이었다.

노량진 한 경찰직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경찰학개론 수사1 행정법 형법 형소법이 경행특채 과목인데, 영어에 큰 부담이 없는 여성 수험생이면 한국사만 추가해 일반직 시험을 응시하는 것도 현재 채용상황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했다.

수도권 대학 경찰행정학과에 다니는 최모씨(23·여)는 "연1회로 응시 기회가 적어도 여경 채용 규모에 제한이 없고, 경찰행정학과 필수과목이 수험과목과 같아서 장점이 있었지만, 앞으로 전체 채용인원의 3% 수준으로 줄고 필수 과목에 영어,한국사 추가되면 사실상 응시할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경찰행정학과 특채를 만든 이유는 과거 전문성을 갖춘 경찰력이 부족했을 당시 경사 채용(현재 순경으로 채용)이라는 혜택을 주면서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원을 뽑기 위해서였지만, 특혜 논란이 일면서 채용 규모를 줄이는 모양새다.

시험과목이 겹치는 만큼 추가로 공무원 시험 학원에서 강의를 신청하는 수험생은 극히 드물다고 했다. 여경 채용 규모가 올해만 '반짝' 늘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여성 수험생들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찰직 수험 전문학원 한 관계자는 "국어, 수학, 사회 등이 수험과목으로 된 이후 소방과 경찰 시험을 한번에 준비하는 수험생이 더러 있었지만, 여경채용이 늘면 본격적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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