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휴업 협박 일삼던 한유총, 민심 돌아서자 물귀신 작전

윤석만 입력 2018. 10. 19. 12:40 수정 2018. 10. 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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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에 대한 실명 공개 입장을 밝힌 직후(18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윤성혜 한유총 언론홍보이사는 “아직 교육부 발표에 대한 입장은 없다. 대화와 협의를 통해 사립유치원의 요구를 정부에 관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19일 오전 한유총이 발표한 입장표명 자료에도 과거와 같은 강경한 자세와 거친 표현은 보이질 않았다. 그 대신 4쪽 짜리 문건에서 “사법절차를 거쳐 무고함을 인정받은 유치원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폭압과 독선”이라며 실명 공개의 부당함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국공립 초등학교의 감사결과도 실명으로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그 동안 한유총은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현장점거와 몸싸움, 문자폭탄 등을 서슴지 않았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보좌관인 A씨는 “특히 지방에선 사립유치원장들이 지역 유지인 경우가 많아 입김이 매우 크다”며 “한유총의 조직력도 탄탄해 쉽사리 건들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적막감이 흐르는 한유총 사무실 앞. [뉴스1]
실제로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개최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한유총 회원 수백명이 난입해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은 토론회 명칭 변경 등을 요구하며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쏟아냈다. 지난해 7월에는 교육부가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목표로 ‘5개년 유아교육발전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려고 하자 회의장을 점거해 무산시켰다.

특히 9월에는 “사립유치원은 개인의 재원 출원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기관이므로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 재정 확대를 요구하고 ‘집단휴원’을 예고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휴업 방침을 철회했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에 불리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유아를 볼모로 휴업 카드를 내밀다보니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유총이 강경한 입장을 보일 수 있던 것은 전국 사립유치원(4282곳)의 77%가 회원으로 가입된 최대의 단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유총은 주로 설립자·원장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어 교사나 학생·학부모의 입장은 잘 반영되지 않는다. 허미애 총신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원장들 중에는 평생 유아교육에 헌신해 온 분들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수의 사람들 중엔 사업이 목적인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정론관에서 '2018년 누리과정 예산 확보'를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한유총. [뉴스1}
그런데 최근 한유총은 이전의 ‘집단휴원’처럼 강경한 카드를 자제하고 있다. 터져나오는 비리로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기 때문이다. 최근 기존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협상에선 처음에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따라 주도권이 달라진다”며 “‘집단휴원’은 특히 젊은 부부들의 원성을 높이 살 수 있는 카드였기 때문에 교육부가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지금처럼 국민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집단휴원’은 오히려 국민적 공분만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그 동안 수세에 몰렸던 교육부는 여론을 등에 업고 연일 강경한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18일엔 ‘집단휴원’시 학급 수 및 정원 감축, 재정지원 축소 등을 언급하며 경고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유은혜 부총리는 “사립유치원 비리는 국민 상식과 맞서는 일이고 정부는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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