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립암센터, '매크로' 돌려 성폭력 설문조사 허위 조작

박용하 기자 2018. 10. 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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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립암센터가 ‘미투 운동’ 이후 진행된 성폭력 설문조사에서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허위 조사 결과를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지난 3월부터 실시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복지위 산하 30개 공공기관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특별점검 온라인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국립암센터에서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응답률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미투운동’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여성가족부는 3월 12일부터 4월 6일까지 중앙정부 등 2022개 기관에 성희롱·성폭력 예방 특별점검 온라인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국립암센터의 경우 설문조사 공지를 게시판에 띄웠으나 조사가 끝나지 않았고, 여성가족부는 담당직원 ㄱ씨에게 설문조사 완료를 요청했다. 그러자 ㄱ씨는 매크로를 사용해 응답 대상자 2105명 중 2104명이 답변한 것으로 응답률을 조작하고, 2104명이 모두 동일한 답변을 선택한 것으로 처리했다. ㄱ씨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건의사항을 적는 주관식 문항에는 “이런 조사 좀 하지 마라”고 적기도 했다.

매크로란 한 번의 입력으로 특정 작업을 반복할 수 있도록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이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해 온라인 뉴스의 댓글을 조작한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ㄱ씨는 정 의원실에 낸 경위서에서 “수차례 응답을 독려해도 응답률이 오르지 않아 불법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했다”며 “설문조사 조작에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5월 2일 국립암센터가 보낸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받았지만 수상한 점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정 의원이 요구한 국정감사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야 이 사실을 파악했다. 정 의원은 “조직 내 성폭력 예방 근절 및 조직 점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불법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하여 응답률을 조작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라며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와 확인을 소홀히 한 보건복지부, 국립암센터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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