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유총, 온건파 원장에 폭행·협박..'댓글 작업' 정황도

2018. 12. 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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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만났던 박영란 한유총 서울지회장
1일 강경파한테 '에듀파인 거부' 협박 당한 뒤 쓰러져 입원
비대위 카톡방에선 "댓글만이 살 길" 독려도
박영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오른쪽)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해 조희연 교육감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사립유치원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요구하는 ‘온건파‘를 상대로 폭행과 협박 등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조직적인 ‘댓글 작업’에 나서는 정황도 드러났다.

2일 서울시 유치원 복수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한유총 권아무개 중앙비대위원과 김아무개 ㅇ유치원 원장 등 ‘강경파’ 15명 가량이 지난 1일 오후 2시께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한유총 서울지회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지회 박영란 지회장은 지난 11월 3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사립유치원 공공성과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학부모 불안을 조장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강경파 쪽은 이날 사무실에서 박영란 지회장에게 ‘유치원 3법 통과시 유치원 폐원과 (국가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 거부에 동의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박 회장이 충돌을 피해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이들은 박 회장을 포함한 서울지회 집행부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곧바로 119 구급차에 실려 서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유총 내부 강경파가 ‘비대위 지도부 방침과 어긋난다’며 온건파를 향해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앞서 이들은 서울 강동구 지역 유치원장들의 단체 카톡방에서 “(한유총) 회원의 권익 보호를 수호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지회장의 책무임을 알려줘야 한다”며 “오늘이 (비대위에 반발하는 유치원을 차단할) 굉장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서울지회 집단 항의 방문 참여를 독려했다.

이들은 박 회장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에도 서울지회 부회장 등을 사무실에 가둬두고 자신들이 작성한 성명서를 발표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만든 성명서에는 ‘서울지회는 한유총 소속이다’, ‘서울지회는 유치원 3법이 통과될 경우 폐원한다’, ‘서울지회는 에듀파인을 거부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울지회 간부들이 거부해 성명은 실제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2일 현재 박 회장은 병원에 ‘사생활 보호 신청’을 한 뒤에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날 실력행사에 나섰던 김아무개 ㅇ유치원장은 한유총 비대위의 조직적 저항이 본격화한 지난달 초에도 비대위 태도에 문제제기를 한 온건파 유치원장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치원 3법 대응방안’ 회의 과정에서 ㄱ유치원장이 이덕선 비대위원장의 자격문제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의 합리적 해결 등을 거론하자, 김 원장이 회의 뒤 “(ㄱ원장이) 업무방해를 했다”며 ㄱ원장을 폭행하고 이 과정에서 옷 일부가 찢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유총 강경파들은 유치원장들이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합리적 해결을 요구하는 유치원장들을 ‘적폐’로 몰아부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한유총 강경파 쪽은 ‘유치원 3법 반대’ 여론을 확산하기 위한 ‘댓글 작업’에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이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죽어라 소리치니 심지어 ○○○ 기자도 이렇게 우리 말을 그대로 실어준다”, “댓글만이 살 길”이라며 적극적인 댓글 달기를 독려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 한 유치원장은 “정부가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처럼 몰아부치면서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억울하지만, 수십년간 아이들만 가르쳐온 교육자로서 비대위가 자신들의 방식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는 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른바 ‘유치원 3법’과 자유한국당이 제출한 유치원법 개정안을 병합 심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안은 사립유치원 회계를 ‘학교회계’로 일원화해 모든 돈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쪽은 사립유치원 수입을 국가부담금과 학부모 분담금으로 구분해 관리하되, 학부모 돈은 유치원 자율적으로 운영하자는 내용이다.

홍석재 이주빈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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