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마스크의 불편한 진실

장재연 입력 2019. 1. 1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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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오해와 진실①] 산소 공급 부족으로 오히려 몸에 해로워

[오마이뉴스 장재연 기자]

미세먼지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려드립니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알짜배기 정보만 전달해 드립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힘도 키울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 전문가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아주대 의대 교수)가 몇차례에 걸쳐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편집자말>

▲ 마스크로 무장한 고궁 관람객들 수도권과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4일 오전 서울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 오늘 아침도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집 밖을 나섰다. 희뿌연 거리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바삐 움직인다. 아! 마스크를 깜박했다. 출근길, 편의점에 들러 3000원을 주고 마스크를 사서 썼다. 요즘엔 마스크 없이 외출하는 게 겁이 난다. 근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마스크 쓰기. 미세먼지 대책 중 가장 쉽고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환경부나 언론,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라"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건강에 무관심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종종 어린아이와 엄마가 마스크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씌우려는 자와 뿌리치는 자의 싸움, 결과는 뻔하다. 엄마의 승리로 끝난다. 하지만 엄마는 어린 시절 마스크를 쓰고 다녔을까? 아닐 거다. 80~90년대는 지금보다 대기오염이 훨씬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난 1988년 나는 박사학위 논문으로 <대기 중 부유 분진의 돌연변이성 및 미량 유기오염 성분에 관한 분석적 연구>를 내놨다. 여기서 국내 최초로 공기 중 먼지에 수많은 미량 성분이 함유되어 있음을 확인했고, 그 중 48종은 발암물질이었다. 연구 대상이 된 미세먼지는 1986년 1년 동안 포집했는데, PM2.5 농도는 연평균 109㎍/m3로 지금보다 약 4배 높았다. 겨울철과 봄철은 월평균 오염도가 150㎍/m3을 넘었고, 여름과 초가을만 월평균 오염도가 100㎍/m3 아래였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닐 수 있다. 미세먼지가 얼마나 나쁜지 몰랐으니, 이제라도 내 아이의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씌울 수 있다. 불편한 것보다 건강이 중요하니까. 그러나 마스크에 대해 한 가지 알아둘 것이 있다.
 
미세먼지 제거율 높을수록 숨쉬기 점점 불편

마스크는 오래 전부터 사용되던 위생용품의 하나다. 청소할 때처럼 먼지가 날린다거나 꽃가루가 심하게 날릴 때 쓰기도 했지만, 주로 감기에 걸렸을 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착용하는 것이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민들은 '보호구'로 마스크를 찾기 시작했다. 그것도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쓰는 산업용 마스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미세먼지 입자 크기가 매우 작아 기존의 일반 마스크로는 걸러내지 못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로운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착용하던 보호구가 대한민국에서는 보건 마스크라는 이름으로 일반인들과 심지어 어린이들까지 착용하는 일반 마스크가 됐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산업용 마스크를 일반 시민들이 착용하고 다니는 국가가 얼마나 될까? 아니 있기는 할까?
 
▲ 고농도 미세먼지 주의보발령 '외출자제'  고농도 미세먼지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해 2005년 12.31 이전 수도권에 등록된 총중량 2.5톤 이상 경유차 운행제한과 자동차 배출가스, 공회전 단속 및 행정, 공공기관 주차장을 전면 폐쇄했다.
ⓒ 유성호
    
보건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인증해 준다. 시중에 판매되는 'KF 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낸다. 'KF 94'와 'KF 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낸다. 그러니 숫자가 높을수록 좋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미세먼지 제거율이 높을수록 숨쉬기는 점점 불편해진다. 그나마 건강한 사람에겐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벗으면, 증상이 사라지고 후유증이 남을 정도는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질환자나 노약자 그리고 임신부나 어린이는 어떨까. 마스크를 써서 숨이 차는 것이 건강에 괜찮은 걸까?
 
마스크 착용 악영향 알리는 다른 나라들  
 
미국 흉부학회(American Thoracic Society)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호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쉬기가 힘들어져 육체적 부담을 준다고 경고한다. 1회 호흡량을 감소시켜 호흡 빈도를 증가시키고 폐포와 폐에서의 환기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이러면 심박출량 감소와 같은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단체는 1905년 창립해 1만 5000명 이상의 의사와 과학자들이 회원으로 가입된 권위 있는 기관이다.
 
미국 식품의약처(FDA)도 마찬가지다. 만성 호흡기 질환과 심장 질환, 기타 숨을 쉬기 어려운 의학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은 'N95 마스크'를 사용하기 전에 의사 등 건강관리자들과 함께 의논하라고 권고한다.
 
홍콩 의학회(Hong Kong Medical Association)도 정부와 함께 '의사들의 지침서'(Guidance for Physicians)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노인과 만성 폐 질환, 심장질환, 뇌졸중 등의 질환을 가진 사람, 임산부 등은 이미 폐 용량이 감소해 있고 숨쉬기의 문제를 갖고 있으므로 마스크 착용 시 불편함을 느끼면 사용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N95 마스크'를 사용해도 되는지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라고 알리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역시 노인, 호흡기 또는 심장 질환자, 임산부의 경우는 마스크 착용 시 불편함을 느끼면 'N95 마스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 정부만
 
우리나라 정부는 다르다. 미세먼지 오염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사람들 모두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한다. 검증 책임을 맡은 식약처마저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주의사항을 말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가 모든 국민이 산업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유해 공장 수준이라면 그래도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할 긴급상황이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수준은 아무리 비판적으로 봐도 유해물질로 가득 찬 공장 수준은 아니다. 만일 그런 상황이라면 그건 나라도 아니다. 환경부 공무원들은 물론 오염물질 배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목이 열 개라도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 미세먼지 속으로 사라진 서울 미세먼지가 매우나쁨 수준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된 14일 오전 서울 남산 일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게 흐려 보이고 있다.
ⓒ 이희훈
  
현실적으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얼굴에 완전히 밀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세먼지가 얼굴과 마스크 틈새로 다 들어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는 학술 논문들도 많고, 마스크 회사들은 얼굴에 완전히 밀착해서 쓰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마스크를 얼굴에 밀착시킬수록 숨쉬기는 더 힘들고, 원활한 산소 공급이 어려워져서 몸에 해롭게 된다.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고,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그래서다. 지금과 같이 마스크 착용 권유를 남발하는 건 지나치다. 환경부와 언론이 마스크 기업의 판촉과 홍보 대행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힘들면 벗어도 되는 게 아니라 벗어야

나는 지금까지 많은 미세먼지 강연을 했다. 이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그건 '마스크는 개인의 선택에 의해 쓰는 개인보호구'라는 것이다. 미세먼지 오염으로 몸에 불편함을 느끼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그런 불편함이 사라지는 사람, 또는 심리적으로라도 안정되는 사람은 자기 책임과 판단에 의해 마스크 착용을 선택할 수 있다.
 
몸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마스크를 무조건 착용하지는 말라고 한다. 더구나 임산부나 심장이나 폐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 노인들은 마스크 착용 후 불편함을 느끼면 곧바로 벗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몸이 불편을 느끼는 건 건강에 좋지 않아서다. 냄새가 역하거나, 맛이 이상해 구토가 나거나, 몸이 춥고 덥고 떨리는 현상이 그렇다. 건강에 해로우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숨 쉬는 것보다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숨쉬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건강에 매우 나쁜 것이다. 굳이 과학적인 분석이나 장기적인 연구가 없어도 몸의 반응만으로도 해롭다는 사실을 우리 몸이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대신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을 비롯해서 미세먼지 고농도 시 시민행동 요령을 제시하는 많은 국가들은 오염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육체적인 활동의 강도나 시간을 줄여나가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등산이나 조깅을 산책으로 바꾸거나 하루 종일 등산하려던 것을 2시간의 단기 산행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활동 강도에 따라 호흡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그럴 경우에 오염물질 흡수량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의학적 사실에 입각한 권고다. 마스크와는 달리 몸에 전혀 해롭지 않으면서도 오염물질 노출을 줄일 수 있는 슬기로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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