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후쿠시마 앞바다서 주입한 '평형수' 우리 바다에 방류

방사능 유출의 위험성 때문에 후쿠시마현 인근에서 잡힌 수산물은 우리 정부가 아예 수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지역 인근 바닷물은 이렇다 할 통제 없이 우리 해역으로 반입돼 배출돼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산물 수입은 차단하면서 그 수산물이 나는 바닷물이 무방비로 들어오고 있었던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운항 안전을 위해 배에 채워 넣는 '평형수'가 문제였습니다.

배는 지나치게 가벼우면 오히려 균형을 잃습니다. 그래서 화물을 적게 실었을 때 가벼워진 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박에 주입하는 바닷물이 있습니다. 이 물을 '평형수'라고 합니다. 짐을 내려 배가 가벼우면 이 평형수를 주입하고, 짐을 많이 실을 때는 평형수를 빼서 운항의 안정성을 높입니다.

문제는 후쿠시마 인근 항구에서도 이 평형수를 퍼담는다는 겁니다. 평형수 탱크에 담긴 후쿠시마 앞바다의 바닷물은 우리나라로 들어와 그대로 방출됐습니다. 국회 농해수위 김종회 의원이 해양수산부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후쿠시마현에서 가까운 6개 현의 앞바다에서 주입한 뒤 우리 바다에 방류된 평형수는 확인된 양만 128만 3,472t에 이릅니다. 치바현에서 가지고 온 평형수가 99만9,518t으로 가장 많고, 아오모리 9,494t, 미야기 2,733t, 이바라키 25만7,371t 등입니다. 방사능 오염의 우려가 더 큰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퍼다 나른 평형수도 6,703t이나 됩니다.

그나마도 사고가 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통계도 확보돼있지 않습니다. 김종회 의원은 "일본 해역의 바닷물 오염 정도, 국내 해역의 오염 여부, 서식 어종에 미치는 영향 등 유통 경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떤 조처를 하고 있을까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앞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2011년에 한 번, 그리고 2013년에 또 한 번, 총 두 번에 걸쳐 일본에서 온 선박의 평형수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안전하다'였습니다. 미량의 세슘이 검출되기는 했지만,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배출수 관리기준(세슘 134:40Bq/kg, 세슘 137:50Bq/kg) 대비 1/7,700 수준에서 1/33,000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원전 배출수 기준에 비춰봐도 매우 적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정부는 평형수에 대해서는 그 이후로 6년 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만일의 방사능 오염에 대비해 연안 32개 지점에서 연 4회 방사성 물질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별도로 연근해 해역 32개 정점에서 연 4회 방사능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아직 특별한 방사능 오염의 징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평형수에는 여러 유해생물, 병원균이 나올 수 있고,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에 살균처리가 의무화돼 있습니다. 배출에도 기준이 있고, 국제적인 환경기준도 마련돼 있는데, 방사능 오염에 대한 기준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선박 평형수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할 필요가 생기더라도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입니다.

평형수를 공해상에서만 배출하도록 하거나 아예 배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형수는 선박 운항의 안전과 관련한 문제라서 그렇게 하기에는 어렵다고 합니다. 공해상에서 배출해버리면 연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후쿠시마 원전에 쌓여가는 오염수는 매우 심각한 방사능 오염에 노출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오염수의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일본 앞바다의 오염 상태는 괜찮은지 정확한 정보와 처리 계획을 공유하는 것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일본이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최소한의 책임도 수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는 그래서 불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바다에서 난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고 있고, WTO도 그런 규제를 해도 괜찮다고 우리 손을 들어줬습니다. 평형수를 비롯한 다른 문제들 역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일본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기 위해 더욱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비록 평형수로 옮겨오는 바닷물은 전체 바닷물의 양을 생각해 볼 때 아주 적은 양이고, 6년 전 검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해양수산부는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평형수에 대한 별도 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화강윤 기자hwaky@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