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만 주목받는 더러운 세상"에 일침 가하는 김혜윤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은단오
만화 속 엑스트라라는 사실 깨닫고
스스로 운명 바꿔나가는 강인한 역할
7년간 50여편서 다진 연기력 꽃피워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시청자들의 간증이 쏟아지고 있다. 순정만화 여주인공 같은 삶을 꿈꿨던 은단오(김혜윤)가 실은 만화책 『비밀』 속 그 외 등장인물, 즉 엑스트라로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자아를 찾는 여정을 향한 응원이 쇄도하는 것. 심장병도 모자라 백경(이재욱)을 10년 동안 짝사랑한다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설정값’도 안쓰럽지만 모든 순간 모든 대사가 전부 남녀주인공 오남주(김영대)와 여주다(이나은)를 위한 것이라니 벗어나고 싶을 수밖에.
덕분에 시청률은 매회 최고 기록(18.8%)를 경신하고 있는 KBS2 ‘동백꽃 필 무렵’에 밀려 3~4%대로 고전하고 있지만 드라마 화제성은 1, 2위를 다투고 있다. 마치 내 얘기 같은 상황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정해진 설정값에 맞춰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던 주인공들이 한명씩 ‘자아’를 찾게 되면서 능동적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 이름도 없던 엑스트라에서 ‘하루’라는 이름을 갖게 된 SF9의 로운과 까칠함과 다정함을 오가는 백경 역의 이재욱도 출연자 화제성 상위권에 올라 있다.
스테이지가 시작되는 ‘찰칵’ 소리가 날 때마다 180도 바뀌는 그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진짜 만화책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 무류의 웹툰 원작 ‘어쩌다 발견한 7월’을 보지 않은 사람도 무리 없이 만화적 문법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울뿐더러 낯선 세계관에 보다 쉽게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매점에서 빵을 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은단오를 보고 “매번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묻는 하루의 대사처럼 그는 에너지를 있는 힘껏 쏟아부어 매 장면을 특별하게 만든다.
건국대 영화학과 재학 도중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트를 경험한 것도 연기의 진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홀로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힘을 키우는 동시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덕분이다. 그때도 누군가는 김혜윤이 “여주인공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는 덕분에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품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엑스트라가 여주인공이 되고, 세상을 바꿔 가는 시대니 말이다. 평범한 엑스트라들이 만나 꾸며 나가는 ‘비범한(extraordinary)’ 순간을 응원한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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