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호통친 재판부..정경심 측 "이제 검찰 아닌 법원의 시간"(종합)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가 10일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쏟아낸 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0일 오전 사문서위조 혐의를 받는 정 교수의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이 낸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전 공소사실과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 전과 후의) 이 사건 공범, 범행 일시, 장소, 방법, 행사 목적 중 하나 정도만 다르다면 동일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겠지만 다섯개 모두가 중대하게 변경된 이상 동일성을 인정하기가 어렵다"면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 "검찰 공소장 변경 안 돼"…왜? =기소 이후 공소장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검찰은 기존 공소장에 '2012년 9월7일 정 교수가 동양대에서 학교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적었지만, 기소 이후인 지난달 27일 '2013년 6월경 정 교수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컴퓨터를 통해 파일을 붙여 위조했다'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변경 공소장 기재 내용이 기존 공소사실과의 동일성을 해쳤다고 봤다.
검찰은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기소한 것은 하나의 사실이고 그와 관련해 일시·장소 일부를 변경했을 뿐"이라며 "기존 판례에 비춰도 동일성이 인정되는데도 공소장 변경을 허가 안한 재판부의 결정은 저희가 보기에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재신청 의사를 밝혔다.
실제 이날 재판에선 검찰과 재판부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장면이 나왔다. 검찰이 변경되지 않은 기존 공소사실에 대해 입증하겠단 취지의 의견을 밝히자 재판부는 "검사 스스로 기존 공소사실이 사실과 다르다며 변경을 신청했는데, 기존 공소사실을 그대로 입증하겠다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검사는 "저희는 다르다고 변경 신청한 게 아니고 사실관계는 동일하다고 본다"면서 반박을 이어갔다. 그러자 재판부는 "우리 판단이 틀릴 수 있다"며 "하지만 검사도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해 봤냐"고 지적했다.
특히 공방이 오가던 중 재판부는 검사의 말을 끊으며 "재판부 지시 좀 따라달라. (반박을 계속 이어가면) 퇴정 요청을 하겠다"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정 교수의 보석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추가기소 사건에 대한 수사기록 열람·복사가 아직 이뤄지지 못한 것을 두고 "지난달 11일 기소 후 26일부터 열람·등사를 시작했는데 자꾸 진행이 늦어지면 정 교수 측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 바로 보석이 가능하단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칠준 변호사 "지금까지 언론에서 검찰 주장만 썼다" =이날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정 교수 측 김 변호사는 "오늘 법원이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범죄 일시, 장소, 행위 등 모든 게 바뀌었는데 그것을 동일한 공소사실이라고 우긴 것 자체가 맞지 않았다"면서 "변경 전 공소사실을 가지고 유죄 입증을 계속 하겠다고 하는 것은 검사 스스로 모순되는 주장을 하는 셈이다.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어진 언론 보도에 대한 날 선 비판도 내놨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언론에서 계속 썼던 건 검찰의 주장이었을 뿐"이라며 "법정에서 변호인과 검사가 내놓은 적법한 증거들을 밥상에 올려놓고 그에 대해 내린 법원의 판단이 최선의 진실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