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0명 중 3명, 등록금은 '빚내거나 일하거나'

송진식 기자 2019. 12. 2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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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우원식 의원 1512명 설문
ㆍ학점비례 등록금 법안, 72% 찬성 불구 3년 계류
ㆍ도입 땐 대학 수입 감소…사립대 설득 쉽지 않아

대학생 10명 중 3명 이상이 빚을 내거나 일해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국민들은 현재의 등록금 수준이 가계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 여기고 있었다.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수강하는 학점의 양에 비례해 등록금을 내는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70% 이상이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24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등록금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생(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28.9%를 차지했다. 학생이 아르바이트 등 노동을 통해 직접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응답도 7.1%였다. 대학생의 36.0%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거나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부모의 재산만으로 등록금을 낸다’는 응답은 34.4%였다.

교육부가 집계한 올해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745만4000원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3%는 ‘등록금이 가계에 매우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약간 부담’이란 응답도 34.8%로 나타나는 등 응답자의 90.1%가 등록금을 내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렇다보니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도입해달라는 요구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은 졸업 연한(8학기) 이내는 학생이 수강하는 학점의 양과 관계없이 무조건 매 학기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학기별 등록금제’를 시행 중이다. 3학점을 수강하든, 18학점을 수강하든 내는 등록금은 같다.

하지만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고시·취업준비 등을 이유로 학점을 적게 수강하는 대학 4학년생이 많아지다보니 학기별 등록금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가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에 대해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현재 국회에는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2016년 이 법안을 발의했던 우 의원이 최근 수정안으로 제시한 내용을 보면 1~3학점을 수강하는 학생은 등록금의 6분의 1만 내고, 4~6학점은 3분의 1, 7~9학점은 2분의 1, 10~12학점은 3분의 2, 13학점 이상은 전액을 내도록 했다. 우 의원은 “올 1학기 주요 국립대학의 12학점 이하 수강 학생이 2366명인 점을 감안하면, 12학점 이하까지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적용할 경우 38만명가량의 학생들이 등록금 경감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이 현실화되려면 사립대를 설득해야 한다. 등록금 경감은 곧 사학의 재정 수입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10여년째 펴온 등록금 동결 정책에 대해 사립대들은 불만이 팽배하다. 급기야 4년제 사립대 총장 모임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지난 15일 정기총회에서 “2020학년도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무조건 올리겠다”고 교육부에 통보한 상태다.

우 의원은 “학점비례 등록금제로 등록금 부담이 줄게 되면 기존에 휴학했던 학생들이 학교를 다닐 수도 있고, 절감되는 국가 장학금을 고등교육예산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 대학 재정이 무조건 악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미 이 제도를 시행 중인 산업대·방통대 등의 사례에 비춰볼 때 시범운용 후 충분히 도입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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