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외교'로 거리 좁힌 中日..한국만 왕따되나?

이현승 기자 2020. 3. 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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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화폐에 버금가는 주요 물품으로 자리매김한 마스크가 외교가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그동안 서먹한 관계를 유지했던 일본과 중국이 마스크를 주고 받으며 외교적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각) 미국 대표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분석했다.

지난달 13일 일본 유소년단체가 중국에 마스크를 보내면서 상자에 고대 시의 문구인 '떨어져있지만 마음만은 하나'라고 적어 보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 물품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일본어로 '감사합니다 일본!'이라고 썼다./리진자오 트위터

이 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청리 연구원은 '어떻게 우한 코로나가 중국과 일본의 반목을 반전시켰나'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우한 코로나로 전세계가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행동하는 동안 일부 국가는 자국에서 필요한 물품을 해외에 적극 보내는 이른바 '마스크 외교(mask diplomacy)'를 했다고 썼다.

대표사례가 바로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이 우한 코로나 발원지로 전세계의 비난을 받던 발병 초기에 미국이 미미한 지원을 제공하고 일부 국가가 중국 입국자를 막는 동안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비영리기관(NGO), 기업까지 나서 중국에 지원금을 보내고 우한에 마스크 등 구호물품을 보냈다.

일본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I 홀딩스의 자회사인 이토요카도는 자발적으로 중국에 마스크 100만장을 보냈다. 마에다 건설, 에어워터, 무지도 보호장비를 보냈고 일본 유소년 발전 협회(JYDA)는 마스크와 체온계가 든 상자에 고대 시(詩)의 문구인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 만은 함께 한다'고 적어 보냈다.

이에 중국 SNS는 일본에 대한 감사 메시지로 가득찼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콕 집어 "이해와 지지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 마음에 새기겠다"며 "전염병은 잠시지만 우정은 오래 지속된다"고 밝혔다. 일본이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방역으로 세계적인 비난을 받을 때는 중국이 검사 키트를 보냈고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마스크 100만장을 보냈다.

중국과 일본은 센가쿠(尖閣·중국명 댜오위댜오) 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과 상호 간의 불신, 오래 지속된 역사 논쟁 등으로 오랫동안 그리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작년 12월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85%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청리 연구원은 양국의 이 같은 밀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균열이 생긴 대(對)미 관계의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대국인 두 나라는 서로를 위협적인 경쟁자로 생각했지만 2018년 시작된 무역분쟁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같은 목적의식을 가지게 됐다.

아베 신조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입장에선 공개적인 마찰은 없지만 예상을 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미국에 대한 일본의 높은 관세에 대해 불평하고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경비를 더 부담하라고 하는 등 무신경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우한 코로나로 12년 만의 일본 방문이 연기되긴 했지만, 여전히 전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2020 도쿄올림픽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등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 입장에서도 2022년으로 예정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일정 부분 일본과의 공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리 연구원은 양국 간의 해빙 무드가 계속될 지 여부는 현 시점에서 알 수 없지만 우한 코로나가 '중국과 일본의 적대감 해소'라는 그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결과를 가능하게 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썼다.

일각에선 이런 관계는 '정략적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일본 소피아대학 정치과학계열 교수인 나카노 고이치는 "트럼프 이전에 시진핑과 아베는 그렇게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며 "공동의 적을 갖게 된 양국이 정략결혼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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