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급한 FDA "미정부에 코로나 진단키트 긴급사용신청해달라"

김시균 2020. 3. 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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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
코젠바이오텍 남용석 대표 인터뷰
긴급사용승인 신청 이례적 부탁
美지역 진단키트 공급 초읽기
코젠 '파워체크' 30개국 수출
中日남미 등과도 공급협상 중
코젠바이오텍 연구원들이 국내 1호 코로나19 진단키트인 `파워체크`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코젠바이오텍]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미국 내)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이 이뤄지도록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해달라는 다급한 요청을 받았다."

지난달 4일부터 국내 최초로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가장 먼저 공급한 코젠바이오텍의 남용석 대표(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가장 먼저 공급했다는 사실이 해외에 빠르게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 주재 한국대사관, 대리점, KOTRA 등을 통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납품해달라는 요청과 공급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FDA에서도 미국 정부에 신속하게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급속도로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FDA 측에서 이례적으로 먼저 연락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정부에서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는 즉시 미국 전역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 대표는 "국제 공공조달기구에서도 코로나19 진단키트 제품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젠바이오텍의 코로나19 진단키트 '파워체크'를 수출하고 있는 국가는 전 세계 30개국에 달한다. 지난달 초 수출품목허가와 유럽체외진단시약인증(CE-IVD)까지 획득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터키 수단 이집트 등 중동·아프리가 국가들부터 그리스 벨기에 폴란드 아제르바이잔 타지키스탄 등 유럽·중앙아시아 등지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남 대표는 "일본 중국 홍콩 미국 캐나다 남미 국가들과는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코젠바이오텍 진단키트인 파워체크의 국내 일주일 공급분은 평균 1만여 개로, 승인 받은 다른 세 회사 일주일 공급분을 합한 것보다 많다. 남 대표는 "현재 전체 생산량 중 절반을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에 투입하고 있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현재보다 3배까지 증산할 수 있도록 해둔 상태"라며 "진단시약 공급 부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젠바이오텍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사태,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내 최초로 진단시약을 개발한 바 있다. 당시 총 4만2000여 번의 테스트 분량을 각지로 공급하면서 단 한 번도 오류를 일으키지 않아 주목받았다. 남 대표는 "지난해 12월 중국발 바이러스 감염 뉴스를 접한 뒤 바로 사스 바이러스 관련 문헌과 염기서열에 대해 미리 조사에 들어갔고, 이후 1월 10일 지사이드(GISAID·바이러스 정보 공유망)에 신종 바이러스 유전정보가 떠 곧바로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코젠바이오텍의 진단키트 파워체크는 이 회사가 국내에서 처음 상용화한 '실시간 중합효소 연쇄반응(Real-time PCR)'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현재 핵산에 기반한 체외진단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술인데, 코젠바이오텍은 지난 20년간 중합효소 연쇄반응법으로 유전자 검사 시약 등 800여 종을 개발·상용화했다. 이번에 질병관리본부가 코젠바이오텍의 진단키트에 가장 먼저 승인을 내준 것 또한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협력에 기반한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남 대표는 "파워체크의 특징은 유전자 변이가 심해 진단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특정 유전자를 철저히 배제해 코로나19 바이러스만을 검출할 수 있는 두 개 유전자(E, RdRp)를 특정한다는 데 있다"며 "전국 국공립 검사소와 병원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진단 장비들을 대상으로 검증 절차를 전부 완료한 상태로 어떤 장비에서도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게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키트보다 성능이 향상된 진단키트도 최근 개발을 완료해 추가 공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에 필요한 두 유전자인 E, RdRp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으면서도 단일 검출키트보다 정확도가 높다.

남 대표는 "지난달 29일 정부에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새로 신청해둔 상태"라며 "새롭게 허가된 제품이 공급되면 검사 처리 용량을 두 배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보유한 유전자 분석 기술을 이용해 검사 가능한 모든 생명체와 식품을 대상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며 "전 세계 모든 나라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가관리감독기관이 우리의 잠재 고객이기 때문에 최근 사용 허가를 받은 살인진드기 바이러스(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진단키트를 포함해 신종 및 원인 불명 감염병 진단 분야를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 대표는 고려대 생화학 및 분자유전학 박사 출신이다. 이후 미국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감염병·알레르기연구소(NIAID)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며 에이즈 바이러스 등을 연구했고, 고려대 의과대 법의학 조교수 등을 거쳐 2000년 코젠바이오텍을 창립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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