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민식이법' 시행 첫날..스쿨존 운전자 대부분 '쌩쌩'

한산 기자,허단비 기자 2020. 3. 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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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정거 반복, 불법 주차 차량도 '즐비'
법 시행 '무색'.."아이들 보호해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편도 3차로 도로에서 차량들이 제한속도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다. 2020.3.25/뉴스1 © News1 한산 기자

(광주=뉴스1) 한산 기자,허단비 기자 =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 예방을 위해 스쿨존 내 교통사고 발생시 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 시행 첫 날인 25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초등학교 앞 왕복 4차선 도로는 '제한속도 30㎞'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무색할 만큼 차들이 쌩쌩 내달리고 있었다.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양동시장 방면은 비교적 차들이 서행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새롭게 설치된 카메라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차들은 시속 50㎞를 웃돌 정도로 속도를 냈고 몇몇 차들은 카메라를 발견하고 급정거를 반복했다.

바로 옆 차선의 시청방면 도로와 온도차는 극명했다. 양동초와 인접한 서구청 방면 도로는 '제한속도 30㎞' 표시가 곳곳에 있었지만 단속 카메라가 없는 탓에 속력을 내는 차들이 태반이었다.

인근을 지나는 한 행인은 "양동에 살고 있지만 속도제한이 30㎞로 하향된 것을 몰랐다. 행인들도 무감각한데 운전하는 사람들도 내비게이션이 알려주지 않으면 잘 모를 것 같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첫날인 25일 오전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정차된 차가 세워져있다.2020.3.25/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학교 앞 도로를 지나 양동초 인근으로 다가가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정문 바로 앞 교차로에 설치된 '어린이보호용 CCTV'와 '오렌지 안전길(이면도로 갓길에 오렌지색으로 칠한 어린이 우선 통행로)', '주정차금지 구역' 등 각종 장비와 제도가 무색했다.

갓길에 주차된 불법 주정차들 때문에 이면도로 한가운데를 지나는 차들이 많았고 초등학교 어린이 우선 통행로로 지정해둔 '오렌지 안전길'에는 드럼통과 타이어가 방치되어 있기도 했다.

양동초 정문 왼쪽과 정면길에는 '오렌지 안전길'이 설치됐지만 오른쪽 도로에는 불법 주정차만 있을 뿐 아이들이 등하교에 우선적으로 통행할 길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자칫 각종 제도로 어린이 보호구역이 잘 갖춰진 듯 보였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하남산업단지와 첨단산업단지 등을 오가는 트럭과 출퇴근 차들의 통행이 많은 광산구 월계동 정암초등학교 앞 편도 6차로 도로도 마찬가지였다.

광주과학기술원 방향 도로에 차량 속도를 표시하는 전광판이 설치돼 있지만 일부 운전자만 제한속도인 시속 30㎞에 맞춰 지날 뿐 대다수는 시속 40~60㎞ 속도로 달렸다.

과속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비아동 방향 도로에서도 제한속도보다 빠르게 차를 모는 운전자들이 더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손자와 함께 이 도로를 건너던 A씨(67·여)는 "넓은 도로라 아이들이 무단횡단하는 일은 없겠지만, 차들이 빠르게 다니는 도로에 단속 카메라가 들어서 조금은 안심된다"며 "운전자들이 조금 더 천천히 다닌다면 손자가 안전하게 걸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 우선 보행도로인 '오렌지 안전길'이 설치되어 있다. 다만 안전 지대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오른쪽 방면 도로에는 안전길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2020.3.25/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아동단체는 "어린이 보호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때"라며 민식이법 시행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광주아동옹호센터 관계자는 "교통사고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어린이보호구역을 포함해 안전한 통학로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옐로카펫(횡단보도 앞 보도를 노란색으로 칠한 어린이 보행자 안전지대)' 처럼 '그린로드(안전한 어린이 통학로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초록색으로 칠해진 어린이 우선 보도)' 사업을 확대해 아이들을 스쿨존과 통학로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11일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김민식군이 사망한 이후 스쿨존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법이다.

이번 법안은 스쿨존 무인단속장비 설치 의무 등이 신설된 도로교통법과 스쿨존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 사망·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담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에 무인 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 설치를 완료하기 위해 올해에는 총 2060억원을 투자, 무인 교통단속장비 2087대, 신호등 2146개를 우선 설치한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맞춰 경찰청은 과거 교통사고 유형과 도로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 무인단속장비를 우선 설치할 수 있도록 세부기준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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