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만으론 생활비 부족".. 다시 취업전선 뛰어든 베이비붐 세대

김동준 2020. 8. 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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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20만8000명 구직활동 나서
장래 근로 이유 '생활비 보탬' 최다
퇴직 후엔 평균 252만원 지출
연금 100만원 이상 14.7% 불과

"생각보다 늙어서도 돈 들어갈 데가 많더라고요. 일은 계속 해야죠."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명호 씨(61·남)는 이른바 '잘 나가는' 대기업 관리자였다. 그러나 '사오정·오륙도'(45세 정년·56세까지 직장 다니면 도둑)로 일컬어지는 사회·경제적 분위기와 맞물려 57세의 나이로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퇴사 이후 2년 동안은 시골에 들어가 농사라도 지을 생각으로 집과 땅을 알아봤으나 끝내 포기했다. 둘째 아들의 결혼 선언에 목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김씨는 뒤늦게라도 학원 버스 기사로 운전대를 잡았다. 김씨는 "1년에 한두 번 남들처럼 여행이라도 다니면서 아플 때 마음 편하게 병원이라도 가려고 하면 수억 단위는 쥐고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벌이가 있어야…"라고 말을 줄였다.

9일 통계청에서 최근 발표한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이는 김씨만의 사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5월 기준으로 1427만1000명이나 되는 우리나라 고령층(55~79세)의 절반이 넘는 820만8000명(57.5%)은 수입이 있는 일에 종사하고 있거나 취업을 위해 구직활동 중인 '경제활동인구'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취업을 경험해본 사람의 비율도 65.3%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0.4%포인트(p) 올랐다. 취업 경험자의 비율을 성별로 살펴보면 여자(55.7%)보다 남자의 비율이 20.2%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가운데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962만명(67.4%)에 달한다. 일하기를 원하는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58.8%로 가장 많았다. '일하는 즐거움'(33.8%)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장래 근로 희망자의 일자리 선택 기준도 '일과 양의 시간대'(27.3%) 다음으로 '임금수준'(22.1%)이 2위를 차지했다. 평균 73세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취업 시장으로 내모는 가장 큰 이유가 결국 경제적 이유인 셈이다. 실제 하나금융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간한 '생애금융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자 가구의 월평균 경제활동 소득은 334만원(개인 256만원)으로 나타났지만, 이들 중 66%는 노후자금이 충분치 못하다고 응답했다. 퇴직 후 생활비는 평균 252만원 정도 지출하고 있었다.

취업을 해본 고령층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의 평균 근속기간은 15년 7개월이었다. 근속기간대별로 따져보면 '10~20년 미만' 근속 비중이 30.0%로 가장 컸고, '30년 이상' 근속 비중은 17.0%를 차지했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49.4세다. 그만둔 이유로는 '사업부진, 조업중단, 휴·폐업'(33.2%), '건강이 좋지 않아서'(19.3%),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14.0%)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의 고도 성장기 취업했으나, 이제는 부진해진 경기 탓에 회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고령층의 씁쓸한 단면이다.

그나마 전일제로 일하며 월 160만원 가량을 받는 김씨의 사정은 대다수 고령층에게는 희망 사항처럼 다가온다. 고령층의 56.7%는 전일제 일자리를 원했으며 시간제로 일하고 싶어하는 비중(43.3%)은 이에 못 미쳤다. 남자(69.8%)가 여자(41.0%)보다 전일제 근로를 원하는 비중이 높았다. 희망하는 월평균 임금은 '150~200만원 미만'(22.7%), '100~150만원 미만'(19.5%), '200~250만원 미만'(17.9%) 순으로 각각 조사됐다.

1959년생인 김씨는 지난해까지 낸 국민연금을 내년부터 100만원가량 매달 받을 예정이다. 연금을 받는 고령층(671만6000명) 가운데 5.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50만원보다 적은 국민연금을 받는다. 고령층의 40.6%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25~50만원 미만', 23%는 '10~25만원 미만' 구간에 속했다. 반면 '100~150만원 미만'(5.1%)과 '150만원 이상'(9.6%) 구간에 속한 사람은 14.7%에 불과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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