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학회, 성남시 콕 집어 "지역화폐, 고용효과 없다"

이종현 기자 2020. 9. 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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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제출한 용역보고서
성남시·군산시·포항시 등 3개 지역 고용효과 집중 분석

지역화폐 발행이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보고서가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조세연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이미 한국재정학회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비슷한 결론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장 시절 지역화폐 발행을 주도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조세연의 보고서를 "근거 없이 정부정책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한국재정학회는 작년 10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지역 화폐가 지역의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재정학회는 올해 3월 보고서를 완성해 정책기획위원회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2017년에 지역화폐 발행 실적이 있는 40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발행 실적을 조사하고, 이 중에서도 2016년 이후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크게 늘린 경기도 성남시, 전북 군산시, 경북 포항시를 대상으로 중점적으로 고용 효과를 분석했다. 경기도 성남시는 이 지사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시장을 역임한 곳이다.

경기도 성남시는 2010~2015년 동안 매년 100억원씩 지역 화폐를 발행하다 2016년부터 발행 규모를 늘리기 시작해 2018년에는 305억원을 발행했다. 전북 군산시는 2017년까지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다가 2018년에 71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했고, 경북 포항시 역시 2016년까지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다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13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보고서는 지역화폐 발행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기 위해 사업체 규모별, 종사상지위별 등 다양한 각도에서 고용 효과를 따져봤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지역화폐 발행이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실패했다. 보고서는 "분석대상을 사업체 규모나 종사상 지위별로 세분하더라도 지역화폐 발행액의 변동이 고용 규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며 "지역화폐 발행의 고용 효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용 효과가 없다는 결론만 보면 최근 논란이 된 조세연의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와 다를 게 없다. 조세연은 "지역화폐 발행이 해당 지역의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세연 보고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화폐 발행이 의도치 않은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도 담았다.

조세연 보고서와 한국재정학회가 정책기획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의 차이는 분석 대상 지역에 있다. 정책기획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는 지역화폐 정책에 열정적이었던 이 지사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을 콕 집어서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조세연 보고서가 특정 지역을 언급하지 않고 지역화폐에 대한 일반적인 효과만 분석한 것과 달리 성남시 지역화폐 발행의 고용 효과가 없다고 분명하게 지적한 셈이다.

이 지사는 조세연 보고서가 공개되자 마자 2년 전 연구결과를 뜬금없이 내놓는 게 이상하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조세연을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지칭하며 "지역화폐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핵심 정책이다. 정부 정책을 폄훼한 정부연구기관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산하 씽크탱크인 경기연구원도 "조세연 보고서가 부실한 자료로 사실을 왜곡한다"며 이 지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국재정학회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 역시 2018년까지의 정책 효과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국정현안에 대해 자문하는 기구다. 정책기획위원회는 이 보고서에 대한 평가 결과서에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과도하게 기대해 발행을 급격하게 증가할 경우 지역재정 부담 등 부작용도 있으므로 정책목표 및 효과성 창출 방안에 이 연구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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