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무서워 사재기?..과자·라면 몇 봉지 더 산 건데요"

황덕현 기자,원태성 기자 2020. 12. 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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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일요일 개점' 대형마트..전날보다는 차분
"생수·라면 배달시키면 돼..집에서 즐길 맥주·와인사러"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창고형 할인점에 인파가 북적이고 있다. © 뉴스1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원태성 기자 = "평소보다 라면 두 봉지, 과자 몇 봉지 정도 더 샀어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대형마트에서 신선 코너에서 생닭 두마리를 카트에 담던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카트에 수북이 담은 물건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평소 주말에 아내를 대신해 두 딸과 장을 본다는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장을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평소보다 조금 더 담았다는 눈치로 카트 안의 부식 종류를 하나씩 설명했다.

박씨는 "(직장내 확진자나 접촉자 소식이 나올 때마다) 재택근무를 자주하고, 애들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과자나 라면 등을 많이 먹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3단계로 격상돼 대형마트가 문 닫는다고 해도 동네 마트에서 사면 되지 않겠냐"며 "3단계 격상을 해서라도 코로나가 잡힐 수만 있다면 잠시 불편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 내외로 나오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고려하고 있다. 3단계 격상시 필수이용시설을 이외에 모든 시설에서 집합을 금지한다. 대형마트, PC방, 찜질방, 사우나, 학원 등은 모두 운영을 중단한다.

대형마트는 크리스마스 이후인 27일이 대부분 휴무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20일은 올해 마지막 일요일 쇼핑을 할 수 있는 날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온라인 등 일각에서는 대형마트에서 사재기가 이뤄진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실제 전날(19일) 마트에 몰렸던 발길보다는 덜한 인파가 확인됐다.

19일 서울 노원구 창고형 할인매장 등을 중심으로 한번에 수백명이 모이면서 계산대에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즉석밥과 계란, 저장식품 등을 담은 카트가 서로 부딪히거나 직원이 전자 지게 등을 이용해 물건을 채워넣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20일) <뉴스1>이 서울 강남과 마포 등의 대형마트를 취재한 결과 '묻지마 사재기'보다는 평소보다 물건을 조금 더 담는 광경만 종종 파악됐다.

완구업계가 ‘크리스마스 특수잡기’에 나섰지만 표정이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완구코너에서 완구업체 관계자들이 크리스마스 앞두고 장난감 진열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12.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한 대형마트에서 남편과 함께 칫솔과 샴푸 등 생활 필수품을 카트에 담은 70대 최모씨는 "저녁에 아들 가족이 온다고 해서 저녁 준비를 위해 장을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3단계로 격상될 수 있다는 말을 아들한테 듣기는 했다"며 "집에 치약이나 칫솔들이 조금 남긴 했지만 대형마트 닫을 것 대비해서 오늘 장 보러 온 김에 사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내와 함께 카트를 끌며 장을 보던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맞벌이 부부여서 주말마다 함께 장을 보러 온다"며 "오늘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평소보다 과자와 음료수를 많이 산다고 말한 그는 "코로나19 자체가 걱정이지 대형마트가 닫는 것이 걱정되지는 않는다"며 "불편한 점이 있기는 하겠지만 사재기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한 "걱정이 엄청 많은 사람들이야 사재기에 동요될 수는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취하는 사람들 중에는 대형마트에서 과자와 라면, 즉석 식품 등을 평소보다 많이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직장 때문에 강남구에서 자취를 한다는 A씨(30대)는 "요즘 재택 근무하는 날이 늘어서 집에 많이 있다보니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 위주로 많이 샀다"고 말했다.

다만 "주말이고 해서 좀 더 싸게 사려고 대형마트에서 온 것뿐"이라고 말한 그는 "3단계가 돼도 동네 편의점은 다 열기 때문에 사재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담은 카트를 밀고 있다. © 뉴스1 원태성 기자

대형 마트에서 직원들도 실제로 최근 사재기를 하는 모습까지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대형마트 영업파트에서 일하는 직원 B씨는 "진열대 보면 물품이 비어 있는 공간이 없지 않냐"며 "평소보다 라면 한봉지, 과자 한봉지 더 사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마포구 합정역 인근의 한 대형마트에도 드문드문 사람들이 반쯤 찬 카트를 끄는 게 보였을 뿐 휴지나 라면 등 특정 품목이 동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30대 정모씨는 "생수나 라면같은 것은 온라인 배달 서비스로 주문하기 때문에 굳이 매장에서 대규모로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면서 "온라인으로 살 수 없는 와인이나 맥주같은 것을 사러 왔다. (3단계 격상과 무관하게) 연말 약속 참여 없이 집에서 소소하게 즐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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