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인이 양모, 죽어봐라 할 정도로 쳤다" 의사회 의견
정인이 사망 사건의 첫 공판(13일)을 앞두고 검찰이 지난 5일 의사단체로부터 “피해자(정인이)에 대한 살인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에 대해 인지는 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정인이 양모를 기소한 혐의를 아동학대치사에서 살인죄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전문가 의견이어서 향후 재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말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의사회) 측에 정인이 사망과 관련한 의학적 검토를 요청했다.
중앙일보가 8일 입수한 의견서는 정인이의 부검 감정서와 아동학대와 관련한 의학 논문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따라서 향후 검찰이 공소장을 살인죄로 변경하거나 아동학대치사죄를 병기하는 등의 판단을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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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살인의 고의' 입증 위한 질문
검찰은 의사회에 양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했다. ▶척추에 골절이 없는데 어떻게 둔력이 작용해야 췌장이 절단될 수 있는지 ▶부검 결과를 봤을 때 등허리에 있는 피하출혈이 췌장 절단의 직접 원인이 되는 둔력이 가해졌을 때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복부(또는 등)에 외력을 가했을 정도에 따라 파멸 또는 절단될 수 있는 장기의 순서가 있는지와 그중 췌장은 어느 정도에 해당하는지 등이다. 검찰의 9개의 질문은 정인양에게 충격을 가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으며 그 행위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추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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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봐라' 하고 칠 정도 물리력 추정"
의견서의 작성을 책임진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임 회장은 정인이가 병원 가기 전 사망했을 가능성에 대해 “정인이는 되살리기 힘들 정도의 상태였다. 양모는 아이 상태가 심각했는데 큰 아이를 데려다주고 119를 부른 것도 아니고 콜밴을 불러 느릿느릿 대처했다. 그런 점도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정인이의 췌장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로 아주 큰 충격이 가해졌을 것이라는 게 임 회장의 의견이다. “정인이 정도의 손상은 양모가 손바닥으로 찰싹 때린 것이 아니라 주먹으로 때린 거다. 배꼽을 중심으로 상복부와 하복부를 나누고 왼쪽과 오른쪽을 나눈다. 위치하는 장기가 달라 구분해 진찰을 한다. 상복부의 명치와 갈비뼈 끝을 만져 내려가 보면 보호되는 장기가 있다. 갈비뼈로 폐와 간이 보호되는데, 췌장은 노출되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상복부인데 갈비뼈 아랫부분을 정인이가 강하게 맞은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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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확대 수술 변명 거짓으로 보여"
사망 당일 이웃집에서 들은 ‘쿵’소리의 정체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아이가 누운 상태에서 충격을 가하고 췌장이 찌그러질 정도면 아랫집에서도 굉장히 큰 소리가 들릴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 의하면 사망 수일 전에 손상이 이미 있었고, 그 부분이 아물고 있었단 소견도 있었다. 사망한 날에는 ‘죽어봐라’하고 칠 정도의 물리력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양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가슴 확대 수술을 받아 정인이를 실수로 떨어뜨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이런 주장에 대해 “9월 22일이 양모의 수술 날이다. 정인이는 3주 뒤 사망한다. 가슴 확대 수술을 받은 경우 길어야 2주 정도 가슴 통증이 있고 3주차 정도부터는 아이를 들어 올리고 안을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통증으로 아이를 떨어뜨렸다는 건 거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정인이의 췌장 절단이 “보행자를 차가 부딪쳤을 때의 충격, 황소의 머리에 부딪힐 정도의 충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심폐 소생술 과정에서 사망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의학 논문에서는 심폐소생술로는 절대로 췌장 손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고 의견서에 그렇게 적었다”고 설명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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