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오른 방위비 분담금, 1조원 넘었다

2021. 3. 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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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합의안 2025년까지 지속..국방비 증가율 비례 또 증액될 듯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한미 양국이 한국 측의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13.9% 증액하고, 향후 2025년까지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10일 외교부는 지난 5~7일(현지 시각)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제9차회의를 통해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우선 이번 협정을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6년간 유효하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2020년도의 방위비 분담금 총액은 2019년과 같은 1조 389억 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협상은 지난 2019년 9월 시작됐으나 한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에 비해 5배 인상하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요구로 인해 1년 6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 마무리됐다. 이에 2020년의 분담금을 2021년에 결정하는 상황이 됐다.

외교부는 2020년 분담금에 대해 "2020년 △미측에 선지급된 인건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발생에 따라 특별법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된 생계지원금 일체(총 3144억 원)를 2020년도 분담금 총액에서 제외하고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며 실제 미국 측에 전달되는 2020년 방위비 총액은 7245억 원이라고 전했다.

관심을 모았던 2021년 분담금은 2020년 대비 13.9% 증가된 1조 1833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2020년 국방비 증가율 7.4% △방위비 분담금 인건비 최저배정비율 확대에 따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 6.5%를 더한 것"이라며 "13.9%라는 수치는 제도 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액분을 감안한 예외적인 증가율"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도별 한국의 분담금 총액은 전년도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기준 비율을 국방비 증가율로 정한 이유에 대해 외교부는 "국방비 증가율은 △우리의 재정수준과 국방능력을 반영하고 있으며 △우리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고 △국민 누구나 명확하게 확인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들이 무급휴직 상태에 처하게 된 상황이 발생한 것과 관련, 제도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방위비 분담금의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을 2021년부터 종전의 75%에서 87%까지 확대하고, 이 중 85%는 종전의 노력(endeavor) 규정에서 의무(shall) 규정으로 바꾸었으며, 미측이 최소한 2% 이상을 추가로 배정토록 노력(endeavor)키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외교부는 "협정 공백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협정상 최초로 명문화함으로써 2020년과 같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재발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해 4월,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한국인 노동자들의 일부가 무급휴직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볼모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이밖에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제10차 협정에서 합의한 특별조치협정 개선 합동실무단(SMA Improvement Joint Working Group)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공동 의장을 종전 과장급에서 국장급(Director-General level)으로 격상하고 △관계부처 참석을 명문화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이번 합의에 대해 "한미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번영의 핵심축(linchpin)으로서의 굳건한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필요성을 다시금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주요 동맹 현안을 조기에 원만하게 해소함으로써 굳건한 한미동맹의 건재함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향후 국회 비준 등 내부 절차를 완료한 뒤 조속한 시일 내에 협정을 발효한다는 계획이다. 양국이 그간 동맹 간 껄끄러운 사안이었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오는 17~18일로 예정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방한에서는 한미 간 현안에 대해 보다 원만한 분위기에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한국 측 협상 대표였던 정은보 대사는 이번 협정의 의의에 대해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한 준비태세 항목이 신설되지 않도록 했다"는 점을 꼽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미 정부는 전략자산 전개 및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등의 비용으로 지출할 준비태세 항목을 방위비 분담금에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일본이 주일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1.2% 인상한 것에 비해 한국의 분담금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우리는 2020년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총액을 전년(2019년) 수준으로 동결했다. 아울러 일본은 앞으로 (협정의 유효 기간을) 다년도로 하는 협상을 시작해야 하지만 우리는 다년도 협정"이라며 증가율 외에 다른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방위비의 잔금이 상당히 쌓여있는 와중에 증액이 아닌 감액을 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정부가 이미 5배 인상을 카드로 꺼내며 미국 내에서 여론전을 벌였기 때문에 새롭게 출범한 바이든 정부도 여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분담금의 감액 자체가 어려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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