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산대교 무료화' 국민연금 피해 우려

김은중 기자 2021. 9. 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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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권 회수해 공익처분 결정 논란

경기도가 통행료를 내야 하는 일산대교 무료화를 위해 일산대교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운영권을 회수키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산대교 통행료는 1㎞당 652원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무료화 추진으로 주사용층인 고양·김포·파주 시민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하지만 국민 노후 자산인 국민연금이 피해를 보고, 다리를 이용하지 않는 경기도민까지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선 유력 주자인 이 지사가 지사직을 대선에 이용한다는 ‘지사 찬스’ 논란도 커졌다.

지난 2월 4일 경기 김포·고양·파주 지역 경기도 의원들이 김포시 걸포동 일산대교 요금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경기도가 일산대교를 인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민의 교통기본권 회복과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일산대교 공익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익 처분이란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지자체가 보상금을 주고 민간 사업자의 운영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일산대교는 지자체의 공익 처분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민간 투자로 2008년 5월 개통한 일산대교는 수도권 한강 교량 가운데 유일하게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09년 일산대교 운영권을 인수했다. 이 지사는 “청문 절차를 거쳐 10월에 공익 처분이 결정되면 일산대교 무료 통행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공익 처분에 따른 보상금 규모다. 경기도는 국민연금에 줄 보상 금액을 2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보상금의 50%는 경기도가 부담하고 고양·김포·파주시 등 3개 시가 이용자 비율에 따라 분담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일산대교 통행료가 주요 민자 도로에 비해 비싸고 ‘도민의 교통기본권’을 명분으로 무료화를 추진했다. 이 지사는 “2014년부터 행정적 노력을 해왔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최선의 방안으로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고 했다.

그런데 경기도가 제시한 보상금은 2000억원이 넘는 국민연금의 투자 금액과 향후 기대수익(2038년까지 최대 7000억원)에 못 미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경기도의 결정을 수용하면 투자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향후 배임 논란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통행량 감소로 실제 수입이 예상 수익보다 적을 경우 약속된 기준만큼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권리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경기도와 보상금 수준을 합의하지 못하면 경기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말을 아끼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계에선 “국민연금이 유력 대선 주자 눈치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지사는 “국민연금이 과도한 수입을 올린다는 측면에서 봉이 김선달에 가깝다”고 했다.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냈고, 지난해 총선에서 경기 이천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도 출마했다.

이 지사가 대선 경선 중 무효화 선언을 한 것을 두고 ‘지사 찬스’ 논란도 커지고 있다. 당장 공익 처분이 확정되면 1000억원이 넘는 도비(道費)가 필요하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5일 “국민연금의 이익을 강탈하고 경기도민의 세금으로 특정 다리 이용자들을 보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빼먹을 게 따로 있지, 국민연금을 빼먹냐”고 썼다. 이 지사가 국민연금의 수익성은 무시한 채 ‘도민의 무료 통행’이라는 정치적 슬로건만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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