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덕수·박보균, '위안부 망언' 쏟아지던 해 일왕 생일 축하연 참석

이홍근 기자 입력 2022. 4. 18. 15:51 수정 2022. 4. 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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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으로서 불가피한 선택”
박보균 “아베 역사왜곡 취재 차 현장 확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왼쪽)와 박보균 문체부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8년여 전 일왕 생일 축하연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이 축하연에 참석한 시점은 일본 정치인들의 ‘위안부’ 망언으로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18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 후보자와 박 후보자는 2013년 12월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2층에서 열린 아키히토 일왕의 79세 생일 축하연에 참석했다. 당시 한 후보자는 한국무역협회 회장이었고, 박 후보자는 중앙일보 대기자였다.

두 사람이 축하연에 참석한 시점은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잇따르던 시기였다.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지사는 같은 해 6월 도쿄의 한 거리 연설에서 “위안부를 알선한 것은 상인들인데 국가가 했다고 한 게 고노담화”라고 했다.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지사도 “전쟁터에서 위안부는 필요하다. 왜 일본의 위안부 제도만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

독도와 관련된 망언도 있었다. 같은 해 11월 당시 일본 자민당 소속 다케시타 와타루 중의원은 한국 국회의원 초청 행사에서 자신을 소개하며 ‘독도가 속한 시마네현 국회의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정훈·김희정 의원 등이 “부산 출신 의원이 대마도가 내 지역구라고 소개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항의해 20여분간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해 축하연은 비밀스럽게 진행됐다. 축하연이 열린 행사장에는 안내문이 세워지지 않았고. 경호원 10여명이 수시로 로비를 돌아다녔다. 대다수 국내 정치인들은 축하연에 참석하지 않았다. 현장에는 대기업 축하 화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참석자는 한 후보자와 박 후보자, 조태영 당시 외교부 대변인,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당시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이었다.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일왕 생일 축하연에 참석해 논란이 된 일은 그전에도 있었다. 2010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축하연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입길에 올랐다. 논란이 되자 이 전 의원은 “한일교류협회 회장이라 한일 친선 교류를 위해 온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전 의원은 “박 후보자는 기명 칼럼에서 일본 국민과 비교해 우리 국민이 저급하다고 쓸만큼 친일 성향이 강한 인사로 몸소 일왕 생일 파티까지 다녀왔는데 더 이상 어떤 검증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이번 인사는 당면 현안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역사 교과서 왜곡 등 대일 역사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답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 측은 “한일 양국의 무역 규모를 생각할 때 우리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국민들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 측은 “당시 박 후보자는 중앙일보 대기자였으며, 아베 정권의 역사왜곡·역주행을 집중 취재 중이었고, 그 대상으로 일본인들이 어떻게 일왕 생일을 다루는지를, 일본의 군국주의 흔적이 계속 작동하는지를 현장 확인하기 위해 갔다”면서 “현장 확인은 기자의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취재 자세”라고 밝혔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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