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오해 풀자"..윤 당선인, 취임식에 기시다 총리 초청

정진우 2022. 4. 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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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회부의장(왼쪽)이 단장인 한·일 정책 협의대표단이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꽉 막힌 한·일 관계를 뚫기 위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취임식 참석을 명분 삼아 2년 넘게 단절된 한·일 정상 간 소통 채널을 복원하자는 것이다.

24일부터 닷새간 일본을 방문하는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은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초청 내용을 담은 윤 당선인의 친서를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대표단은 오는 27일 기시다 총리를 면담하는 일정을 일본 측과 조율 중이다.

대표단 단장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이날 출국하면서 “최악의 상태로 방치돼 온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정상화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한다는 인식을 당선인은 하고 있다”며 “한·일 간의 밀도 있는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시다 총리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에 대해 “통상 각국 정상의 참석은 그 나라에서 결정한다”면서도 “최종 결정사항을 통보받은 것은 없지만 세계 각국의 어느 정상이라도 참석 의사를 보내주시면 최선의 예우를 갖춰서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200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에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참석한 이후 14년 만에 일본 총리의 한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기시다 총리가 취임식에 참석할 경우 자연스럽게 2년 넘게 중단된 한·일 정상 간 소통이 복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새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한 각국 정상과 회담하고 축하 사절단을 접견하는 ‘취임식 외교’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3년 2월 25일 한·인도 정상회담에 이어 아소 다로 당시 일본 부총리를 접견했다. 이튿날엔 한·캐나다, 한·호주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를 취임식에 초청한 것은 한·일 정상 간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의 의지이자 별도의 정상회담을 갖자는 제안”이라며 “당선인은 양국이 일단 서로의 오해를 풀고 신뢰 관계가 구축된 상태에서 각종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도 취임식 참석 후 정상 간 상견례 형식의 만남은 공식 정상회담 개최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의 한·일 정상 간 소통 의지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2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났는데, 이후 2년 넘게 한·일 정상회담은 개최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총리와 별도의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해 실무 단계에서 합의했지만, 일본 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만남이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도 문 대통령과의 소통에 소극적이었다. 취임 후 각국 정상과의 통화에서도 문 대통령을 사실상 ‘2순위 그룹’으로 분류하며 상견례를 미뤘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된 것은 여러 악재가 작용한 측면도 있지만, 양국 정상을 비롯한 최고위급에서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탓이 크다”며 “기시다 총리가 취임식에 참석한다면 한·일 관계를 새롭게 변화시킬 출발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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