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차사 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수사..숨죽인 검찰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2022. 7. 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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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장기간 결론 못 내고 지지부진
한동훈 "곧 결론"에 野 "이해 안돼"

(시사저널=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주가조작 혐의가 드러난 연루자들을 모두 재판에 넘겼지만,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은 함흥차사다. 김 여사에 대한 처분 결과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야당은 무혐의로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검찰의 '시간끌기'라고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김 여사에 대한 처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4월 고발장을 접수한 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지난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범들의 혐의를 확인하고 모두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전주'로 참여했다는 김 여사에 대해서는 소환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앞에서 멈춰 선 검찰 수사

법조계에서는 주가조작 일당에 단순히 계좌를 맡긴 것 만으로는 범죄 가담을 했거나 공범 또는 방조범으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그러나 김 여사의 경우 해당 사건에 활용된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 중 본인 명의 계좌를 5개나 빌려줬고, 주식 매수액도 40억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 여사는 권 회장 등의 권유로 직접 주식 5억원 규모를 매수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황에 따라 과연 김 여사가 범죄 행위를 인지하지 못하고 친분을 이유로 복수의 계좌를 주가조작 일당에 맡기고, 대규모 거래를 하도록 허용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통상적인 주가조작 수사였다면 진작에 의심스런 정황이 포착된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초 검찰 수사팀도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전후로 구체적인 소환 일정 조율을 시도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하지만 김 여사는 검찰 소환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그 사이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총장 공백 속 대규모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서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맡은 수사팀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모두 교체됐다. 

권오수 전 회장의 아들인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붉은 원)가 5월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VIP(주요인사)로 초청돼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 대표가 당시 앉았던 자리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친인척 등이 앉은 주요인사석이다. 권 대표 앞 쪽으로 윤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맨 앞 줄 제일 오른쪽) 등 친인척들이 앉아있다.ⓒ코시스(해외문화홍보원)에서 촬영한 취임식 자료사진

'주가조작' 핵심 피의자 가족은 대통령 취임식에

공교롭게도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변화는 검찰 인사 뿐만이 아니었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김 여사를 변호하던 검찰 출신 조상준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 실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형사부장을 지내는 등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사건 핵심 피의자로 구속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보석으로 석방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권 전 회장 아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VIP(주요인사)로 참석했다는 사실이 시사저널 단독 보도(▶'주가조작 의혹' 권오수 아들, 대통령 취임식 VIP 참석)로 확인되기도 했다. 

권 전 회장의 아들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와 회사 주요 임원진은 지난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윤 대통령의 부친 등 대통령 내외의 친인척 바로 뒷편에 앉았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 해당 범죄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의 아들이 취임식 VIP로 참석한 것이 확인되며 파장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취임식 참석 인사들에 대한 명단 확인이 어렵다면서 "취임식 초청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미쳐서도 안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김 여사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이란 야당의 비판에 선을 그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상황이다. 한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 질문에 "곧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과거 정권부터 오래 수사해 온 사안으로,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결론을 낼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야당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의혹을 둘러싼 특검 도입 요구와 함께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라는 목소리를 거듭 내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각종 수사는 전광석화로 진행하고 있는 반면 김 여사 관련 건은 의도적으로 처리를 미루고 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이슈&피플》에 출연해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 "(김 여사의) 허위경력에 대해서도 경찰이 서면조사만으로 마무리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서면조사로 마무리 할 분위기지 않느냐"며 "제대로 수사를 한다는 인상은 못 받고 있는데 (한 장관이) 이렇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고 꼬집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권 전 회장 아들이 취임식에 참석한 것을 지적하며 "권 회장 등 관련자들이 석방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맹탕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며 "주가조작 핵심 피의자 아들이 취임식에 초청받은 이유가 무엇이고 누가 초청했는지 대통령실이 명확히 해명하지 못한다면 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는 경제공동체였음을 시인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맹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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