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지층 '가지려는' 안철수, '떼내려는' 김종인..귀결은

정도원 입력 2021. 1.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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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지지율의 48.7%,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구성
묻힌채로 가겠다는 안철수, 긁어내려는 김종인
"'단일후보' 안철수라 생각해 지지..허수 있다
'단일화 안될 수도' 시그널 가면 지지율 후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스스로 붙인 '야권단일후보' 간판을 붙이고 가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떼내려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의 '줄다리기'가 중대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야권 통합 경선의 가능성이 여전히 실낱과 같이 남아있다며, 안철수 대표의 결단 여지를 주목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측근 이태규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단일화 의지를 재천명했다. "3자 구도는 야권 지지층이 원하는 구도가 절대 아니다"며, 향후 예상되는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의 여러 쟁점들을 열거했다. 김종인 위원장을 향해서는 "공당의 대표가 자기 소속 정당을 탈당하고 다른 정당 경선에 참여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하냐. 그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이냐"고 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경우에 따라서 누구 하나가 출마하면 그 (3자 구도를 할) 방법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3자 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무산과 '3자 구도'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해 정치권을 벌집 쑤신 듯 뒤집어놓았다. 안 대표에게 지난 6일 '새해 인사' 때 "입당하지 않으면 단일화 얘기는 3월초에나 하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정치권에서는 쌍방의 신경전의 밑바닥에는 안철수 대표에 달라붙어있는 국민의힘 지지층이라는 존재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이를 그대로 묻혀놓고 가려는 반면, 김종인 위원장은 이를 긁어내려는 중이라는 설명이다.


뉴시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서울시장 적합도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대표는 26.2%,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10.7%,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은 10.4%였다. 분명 이것만 놓고보면 안 대표가 우위에 있다.


하지만 세부 조사 내역을 살펴보면 안 대표 지지자의 절반에 가까운 48.7%는 국민의힘 지지층이다. 김 위원장이 "안철수 지지도를 볼 것 같으면 우리 당 사람이 거기에다가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며 "내가 국민의힘 대표로 있으면서 4·7 선거에 대해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것 같으냐. 세부적으로 다 분석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 게 이 지점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 서울 강서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도 가까이에서 정치를 해온 김철근 위원장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지금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은 허수가 많다고 봐야 한다"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아니라 야권단일후보 안철수라 생각해, 국민의힘 지지층이 상당수 안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단일화가 잘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인데, 단일화가 안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가면 그분들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며 "상당 부분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3자 구도'를 꺼내든 것은 실제로 '3자 구도'를 벌이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안철수 대표가 스스로 붙인 '야권단일후보' 간판의 강제철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안철수 대표 지지율의 48.7%에 해당하는 부분을 회수하려 하는 셈이다.


당연히 안 대표 입장에서는 이를 눈뜨고 내줄 수는 없다. 이태규 사무총장이 단일화 의지를 재천명하고 '3자 구도' 가능성을 지워버리며, 실제로 단일화가 이뤄질 것처럼 실무적인 쟁점까지 열거한 것은 '간판'을 지키기 위한 반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표본이 어쩌고, 적합도냐 경쟁력이냐 운운하는 것은 마치 단일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엮는 것이다. 왜냐하면 '단일화'가 사라지는 순간,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항상 '단일화' '단일 후보'를 안철수 대표의 아호(雅號)처럼 붙여두려 하는 것이고, 지금의 국면은 한창 그 '줄다리기'"라고 내다봤다.

오세훈 이르면 17일 출마…국민의힘 열전 돌입
정진석 "1대1 스탠딩 맞짱토론 보장" 이목 집중
"경선 와중에 컷 거듭되면 관심 높아질 수밖에
安, 메시지·정책만으로 동력 유지 쉽지 않아"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경선도 목전으로 다가왔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르면 17일 공식 출마선언을 한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이어 오세훈 전 시장까지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선 전개가 점쳐진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본경선 진출자 4인 모두 "1대1 스탠딩 맞짱토론 방식으로 토론회를 한다"고 밝혔다. 토론 방식도 "역동적 진행을 위해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처럼 발언 시간만 총량제를 둬서 운영한다"며 "질문 1분, 답변 3분 따위의 규격화된 형식을 없앤 자유토론"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선인의 토론을 연상케 하는 치열한 전략·전술 대결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일단 제1야당 경선의 막이 오르면 언론도 집중 보도할 수밖에 없다.


김철근 위원장은 "경선 와중에 컷이 거듭되면서 '누가 되느냐' 관심이 높아지게 돼 있다"며 "혼자 떨어져 있는 안철수 대표는 동력을 잃는다. 서울에 조직이 없으니 비전과 메시지, 정책 정도인데 그것만으로 끌고가기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선출되면 분산됐던 지지율은 그 한 명에게로 집중된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의 당장의 지지율만 합해도 21.1%다. 거기에 조은희 서초구청장 5.0%, 이혜훈 전 의원 1.1%, 김선동 전 사무총장 0.9%까지 합하면 28.1%로 이미 안 대표(26.2%)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웃돈다. 경선 기간 동안 시선집중에 선출 직후의 '컨벤션 효과'까지 합하면 안 대표의 우위가 유지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가 대체로 초반에 지지율이 좋았다가, 지지율이 빠질 때 이를 받쳐낼 세력이 안되니까 뒷심이 약해진다"며 "3등을 자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2017년 대선도, 2018년 지방선거 때도 그런 미숙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수 유권자는 과연 '4번'에 온전히 옮겨갈까
2010년 경기지사 '野단일후보' 패배 반복 우려
김진표·유시민 단일화했지만 무효표 20만 표
"안철수, 아직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김진표 민주당 후보(당시)가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둔 5월 13일 경기도 수원시 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야권단일후보 경선 결과 발표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결정되자 유 후보를 끌어안아주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태규 사무총장의 말대로 단일화 여론조사의 기술적 쟁점들을 안철수 대표에게 유리하게 가져와 안 대표로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안 대표는 그간 누차 "국민의힘 입당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가 이탈한다는 점에서 말이 안된다"며 "이들을 다 모아야 겨우 박빙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되면 보수 성향 유권자의 표는 하나도 이탈하지 않고 온전히 옮겨갈까. 이른바 '기호 2번' 대 '기호 4번' 논쟁의 요점이다.


정치적 선례가 있다.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김진표 의원과 일부 열성당원을 보유한 채 6%대의 지지율을 보이던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전화투표와 여론조사를 혼합한 단일화 경선을 벌인 결과, 유시민 후보가 불과 0.96% 차로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유시민 후보는 이후 '기호 8번'을 달고나가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와 경쟁한 끝에 52.2% 대 47.8%로 패했다. 유 후보 본인도 못내 서운해한 민주당 지지층이 온전히 옮겨오지 않은 게 패인이라고 자인했다. 유 후보는 이후 2014년 직접 쓴 글에서 "무려 20만 표나 되는 무효표가 나왔다. 누구에게도 기표를 하지 않은 백지 투표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며 "적잖은 유권자들이 김문수 후보는 찍기 싫은데 유시민 후보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게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당시 김진표 의원은 0.96% 차로 졌는데도 유시민 후보의 손을 붙들고 발표장으로 들어가 유 후보의 팔을 높이 들어줬다. 선거 기간 내내 지원유세도 아끼지 않았다. 유 후보조차 "그나마 48%라도 득표한 것은 김 의원이 그렇게 해준 덕분"이라고 했다. 이처럼 '깨끗한 승복'과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는데도 민주당 지지층의 '기호 8번' 투표 거부와 이탈표를 막지 못한 것이다.


이같은 선례가 자칫 올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그대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는 중도 지지자 떨어져나갈 것만 고심하느냐. 어디가 지지자의 덩어리가 더 크냐"며 "자칫 단일화가 잘못되면 그렇게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의 단일화 선례가 반복)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고뇌에 찬 결단'의 여지가 실낱만큼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주말과 휴일이 마지막 숙고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김철근 위원장은 "안철수 대표가 지금으로서는 본선에 나가서 이길 확률이 높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진다"며 "갈수록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이 힘을 못 받을 수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면 큰 당의 후보와 작은 당의 후보가 1대1로 붙는다. 그러면 안 대표가 본선에 나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안철수 대표가 아직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지지율이라는 것은 고정적인 게 아니라는 통찰력을 가지고 결단을 해야할 때는 해야 한다"며 "'내가 당대표이니 정치적으로는 입당하겠지만, 법률적으로는 합당해달라'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누가 거절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만약 지지율이 주춤한다든가 떨어진다든가 하면 모양새가 구겨지거나 죽는다"며 "21일 전까지는 (결단이) 가능하다. '나더러 자꾸 물러서라고만 한다'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는 물러서는 자가 이기는 자"라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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