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장바구니 물가 너무 오른다

1991. 3. 1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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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둘 수없는 물가 (上)상승현장 ②= 고급 주택가 커피 2천원시대 개막

세탁.숙박료.음식료등 무차별 인상

(서울 = 연합(聯合)) 李基昌.金賢峻 기자 = 최근들어 인상되고 있는 물가 가운데 두드러지게 오르고 있는 것은 개인서비스 요금이다.

행정적인 단속이 어렵고 인건비가 올랐다는 핑계로 야금야금 올리는 개인서비스요금은 물가의 상승심리를 부채질하면서 서민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중이다.

◇ 목욕.숙박.이미용료

지난 1월1일부터 일제히 인상됐던 목욕료와 숙박료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조치로 다소 인상폭이 낮아졌지만 최소한 지난해보다 20% 이상 올랐다.

목욕료의 경우 지난해 9백50원 하던 주택가 대중목욕탕들이 36% 오른 1천3백원을 받고 있으며 1천5백원을 받던 시내 대중사우나들도 1천7백원으로 일제히 값을 올 렸다.

또 목욕탕내 이발료는 2천5백-3천원에서 올해부터 3천5백원-4천원으로 올랐으며 지난해 시내 중심가에서 3천원 하던 때밀이 가격도 최근에는 4천원으로 인상됐다.

올해초 30-50% 일제히 인상됐던 숙박료 역시 정부의 15%선 인상방침에 밀려 다소 인상폭이 완화됐으나 대부분의 업소들은 규제의 눈을 피해 여전히 40-50%씩 올려받고 있다.

갑류업소인 종로구 수송동 S여관의 경우 지난해 1만5천원 하던 숙박료를 2만1천원으로 40% 올려받고 있으며 2인1실 기준 하루에 1만2천원을 받던 을류 여관들도 최근에는 대부분 25% 오른 1만5천원을 받고 있다.

미용료 역시 최근 몇달 사이에 오름세를 보여 주택가 미용실에서 3천원 하던 컷트값은 4천원으로,4천원을 받던 시내 중심가 업소들은 5천원으로 1천원을 올려받고 있으며 파마값도 대학가나 주택가에서는 1만8천-2만3천원 가량에서 2만-2만8천원으로,시내 중심가 고급미용실에서는 3만-3만5천원에서 3만5천-4만원으로 올랐다.

이용료는 시내 중심가 이발소에서는 별다른 변동이 없으나 학생들과 서민들이 주로 찾는 주택가와 변두리 지역에서는 3천-4천원에서 4천-5천원으로 1천원씩 올랐 으며 목욕탕내 이발요금도 3천원 가량에서 3천5백-4천원으로 올려받고 있는 업소가 대부분이다.

◇학원.하숙비

사립학교 수업료와 유치원.유아원 園費가 일제히 오른 것을 비롯해 각종 학원비와 대학가의 하숙비 등도 크게 올랐다.

유치원 및 유아원 園費의 경우 대체로 5만5천원 가량에서 지역에 따라 6만-7만원선으로 일제히 인상됐으며 간식비,재료비 등도 올려받는 곳이 많은 실정이다.

이같은 園費 인상에 대해 서울시 교위는 최근 5%이상 인상분을 환불하도록 각 유치원과 유아원에 지시했으나 園費가 학교 수업료와는 달리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다 원비를 인하할 경우 대신 차량비,간식비,야외학습비 등의 명목으로 보육료를 그 만큼 더 올려받아 사실상의 규제가 어려운 형편이다.

올해 중고교 수업료가 정부방침에 따라 동결된 것과는 달리 사립학교 수업료는 오른 곳이 많아 사립인 서울 Y국교의 경우 지난해 분기당 16만3천원에서 올해는 19만3천원으로 20% 가까이 올렸다.

또 입시학원비도 단과반의 경우 지난해 강좌당 月 1만9천5백원에서 올해는 2만3천원으로 17.9%가 올랐으며 과목당 月 20만-30만원 하던 과외비는 30만-40만원으로 무려 10여만원씩이나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피아노,미술,태권도 등 각종 학원비도 일제히 5천원 가량이 올라 피아노 학원비는 4만-4만5천원에서 4만5천-5만원으로,미술 및 태권도 학원은 3만-3만5천원에서 3만5천-4만원으로 뛰었는가 하면 週5회의 수영교습비도 지난해 4만5천-5만원에서 올해는 6만원 이상으로 1만원 이상 인상됐다.

대학가 하숙비는 신촌일대의 경우 지난 학기에 1인1실(독방)이 28만-30만원에서 이번 학기에는 30-35만원으로,2인1실은 1인당 18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랐고 成大주변은 독방이 지난학기보다 4만-5만원이 오른 27만-28만원,2인1실은 2-3만원이 오른 19만원선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중음식값

한식.양식.중국식을 가릴 것 없이 대중음식값이 전반적으로 올라 즐거워야 할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시간으로 바뀐지 이미 오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2천-2천5백원짜리 갈비탕과 설렁탕,육개장 등은 시내 중심가에서는 거의 3천원-4천원으로 올랐고 1천5백-2천원 하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등도 최소한 2천원은 주어야 먹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4천-4천5백원 하던 삼계탕값 역시 5천원-5천5백원으로 올랐고 종로구 청진동 골목 해장국집들은 올부터 2천원짜리 해장국은 2천3백원,2천7백원짜리 `특'해장국은 3천원으로 각각 값을 올렸으며 이와함께 6백-8백원 하던 음식점 소주값도 일제히 1천원으로 올라 `소주(燒酒) 1천원 시대'를 열었다.

또 경양식집에서 2천-3천5백원 하던 돈까스값은 3천-5천원으로 올랐고 비후까스는 아예 5천원을 넘어버린 업소가 많은 실정이다.

이같이 대중음식값이 오름에 따라 사기업은 물론 일부 공공기관들의 구내식당값도 오른 곳이 많아졌으며 점심 식권 가격을 놓고 회사와 음식점업자들간의 마찰도 빚어지고 있다.

철강회사인 Y社의 경우 지난해 11월 사원들에게 점심식사용으로 지급하는 식권의 액면가를 1천5백원에서 1천8백원으로 올렸으나 회사주변 음식점들이 이 가격으로는 도저히 채산이 맞지 않는다며 식권가격을 2천5백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다음달부터 식권값을 최소한 2천3백원 이상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차값 및 스낵류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균 1천원선을 밑돌던 커피값은 올들어 일제히 1천원으로 올랐으며 유자차,쌍화차 등은 대부분의 업소에서 5백원씩 오른 1천5백-2천원을 받고 있다.

또 시내 중심가에서는 1천5백원짜리 커피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강남구 압구정동 등지의 커피숍들은 올들어 커피값을 일제히 2천원으로 올려 `커피 2천원 시대'가 개막됐다.

스낵류도 많이 올라 1백원짜리 호떡과 오방떡 등이 1백50-2백원으로 올랐으며 3백원짜리 제과점빵은 5백-6백원으로 1백% 가까이 올랐다.

백화점 스낵 코너 음식값들도 일제히 올라 오뎅우동이 1천5백원에서 1천7백원,2천5백원짜리 회냉면은 2천8백원,2천3백원짜리 물냉면은 2천5백원을 받고 있고 치킨집의 통닭값도 5천원에서 6천원으로 올랐다.

◇ 기타

이밖에도 최근에 값이 오른 것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얼마전까지도 5백원 하던 비닐 우산값이 8백-1천원으로 올랐고 3백-5백원 하던 구두닦는 값은 아예 7백원으로 일률적으로 올랐다.

1년전만해도 3천-4천원 하던 세차비는 업소에 따라 5천-6천원까지 뛰었으며 서울시내 중심가의 주차비도 지난해초 30분당 5백원에서 1천원으로 1백% 오른데 이어 또다시 2천원으로 1백%를 올리는 곳이 속속 늘고 있다.

간단한 구두수선료가 5백원에서 8백원으로 올랐고 양복한벌에 3천원-3천5백원 하던 세탁비는 최고 5천원,브라우스 드라이값은 2천원으로 뛰었다.

3천원짜리 레코드판 1장 값이 최근 몇달 사이 4천원으로,카메라용 필름값은 1천8백원에서 2천원으로 올랐으며 남대문 시장을 드나드는 1t짜리 픽업 용달차 사용료는 7천원에서 9천-1만원으로 40% 이상 인상됐다.

이 모두가 정부가 발표하는 지수물가와 현장경제의 물가가 엄청난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하는 현상들이다.

정부는 올들어 연초부터 크게 오른 개인서비스요금과 쌀 등 생필품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물가안정대책반을 구성하고 입회조사 등을 통해 부당하고 과다한 인상에 대해서는 이를 다시 내리도록 지시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 해왔다.

정부는 또 이같은 규제조치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큰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서민들이 느끼는 현장물가의 인상폭은 이같은 정부의 자평과는 달리 가혹하리만큼 큰 것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너도 올리니 나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심리적 요소에 의한 것들이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시장을 볼 때마다 도둑 맞은 기분에 썰렁한 장바구니와 텅 빈 지갑을 자꾸만 들여다 본다"는 한 가정주부의 토로는 91년도 고물가(高物價)시대를 사는 모든 서민들의 우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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