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역사 2세기경으로 끌어올리는 유물 다량 발굴

=부산 동의대 박물관, 김해시 양동리 고분군서

(서울=연합(聯合)) 가야의 역사를 AD 2세기경으로까지 끌어 올릴수 있는 有銘 銅鼎, 철복(가마솥), 수정목걸이등 1천여점의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93년 9월 20일부터 경남(慶南) 김해시(金海市) 良洞里 고분군을 발굴하고 있는 동의대학교 박물관(관장 林孝澤)은 27일 발굴 현장에서 지도위원회를 열고 공백상태에 놓여있는 가야사의 내용과 가야문화의 양상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자료가 될 유물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발굴된 유구(遺構)는 토광목곽묘 38기, 수혈식 석실묘 6기, 옹관묘 8기등 가야시대 묘제 53기로 출토된 유물은 토기류 2백여점, 철기류 8백여점, 청동기류 11점, 장신구류 18벌등 1천30여점이다.

특히 높이 17.5Cm, 구경(口徑) 16.1Cm 크기의 「有銘 銅鼎」은 어깨 부분에 가로로 '西口宮鼎, 容一斗, 幷重十七斤七兩, 七 '이라는 명문이 뚜렷이 새겨져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토된 銅鼎은 고구려 고분인 集安縣 七星山 제96호분, 신라 고분인 천마총(天馬塚)과 경주 皇吾洞 4호분, 漢의 樂浪古墳인 貞栢洞 8호분등에서 5점이 나왔으나 명문이 새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광목곽묘에서 나온 이 유물은 짧은 다리, 양쪽 귀의 굽은 형태로 보아 BC 110에서 AD 100년 사이 황하(黃河)의 중.하류 지역에서 나온 것들과 그 형식이 같다.

명문(銘文)의 자체(字體)가 漢代의 篆書體로 밝혀진 이 銅鼎은 漢나라에서 만든 것이 가야 영역인 양동리로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는게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원래 고기를 삶는 용기였던 鼎은 秦漢시대에 이르면서 제기(祭器)로 그 쓰임이 바뀌었고 그후 향로의 형태로 명맥을 이어왔다.

또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굴된 철복은 漢代에 부뚜막 위에 놓고 그 위에 토기 시루를 올려 곡식을 찌는 가마솥으로 매우 희귀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漢代의 유물인 有銘 銅鼎과 철복등이 양동리 고분군에서 나온 것은 일찍부터 漢의 사군(四郡) 가운데 하나인 낙랑(樂浪)과 교류가 이뤄졌음을 짐작케한다.

그리고 水晶곡옥(曲玉) 1백48점, 水晶多面玉 2점, 瑪宦瑙丸玉 6점, 남색 유리 곡옥(曲玉) 1점등으로 짜여진 1백58Cm 길이의 수정 목걸이는 가야시대 뿐 만 아니라 삼국시대의 옥제(玉製) 목걸이 가운데 최고의 걸작품으로 꼽힌다.

특히 이 목걸이는 그 구성양식에 있어 경주시(慶州市) 路西洞 고분에서 나온 보물 제4백56호 금제 목걸이의 원류임을 알려주고 있다.

토기류 가운데는 새로운 형식의 뿔잔(각배(角杯))이 출토됐는데 쇠뿔 모양의 토기잔 중앙 부위 아래쪽에 액체를 담아 놓을 수 있는 작은 단지가 붙어있는 게 특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뿔잔은 쇠뿔처럼 생긴 토기를 고배형 그릇받침에 올려놓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같은 장신구 및 토기류로 미루어 보아 가야인의 공예 수준과 심미안이 삼국시대 못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유구(遺構)는 3-4세기 대의 가야묘제의 실상을 밝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토광목곽묘의 경우, 분묘 축조 후 파분하여 화장한 특수 火葬유구(遺構) 2基를 확인하여 한국 묘제연구의 주요 과제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유구들은 또 가야묘제가 토광묘- 토광목관묘 - 토광목곽묘 - 목곽시설을 마련한 수혈식석곽(실)묘 - 수혁식석곽(실)묘의 순으로 변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 전문위원 金基雄박사는 양동리 출토 유물 및 유구가 가야사 구명 및 일본 고분문화의 원류를 밝히는데 귀한 자료일 뿐 아니라 특히 3-4세기 경으로 추정되온 가야사를 적어도 2세기경으로까지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