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三豊참사..생사(生死)의 갈림길 5분-(1)

1995. 7. 15. 10: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註= 사고사상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삼풍백화점참사는 사고 당일인 29일 오후 5시52분 옥상부터 붕괴가 시작돼 20-30초 간격을 두고 지하 3층까지 차례로 무너져 내려 층별로 대략 2∼5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이날 사고는 백화점 왼쪽 A동 5층 건물의 식당가 천정이 `우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내리면서 시작됐으며 몇초 후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건물 전체가 5층부터 차례로 내려앉았다.

연합통신은 검찰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30여명의 진술 내용과 본사 기자들이 부상자등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탈출기를 토대로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서울=연합(聯合)) 1995년 6월29일 목요일 퇴근시간 직전인 오후 5시50분을 조금 지난 시각.

서울에서도 부유층들이 많이 사는 서초동의 하늘에는 석양이 아름답게 한폭의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주로 외제 수입품을 많이 팔아 서민들은 가까이 하기 힘든 고급 백화점 삼풍백화점 A동 건물에는 직원과 고객등 1천8백여명이 물건을 팔거나 사는 등 여느 백화점과 같은 정경이었다.

◆ 삼풍백화점 B동 건물 3층 회의실.

오후 5시30분. 李준회장 등 삼풍백화점 관계자들과 구조 설계사 李學洙씨 등 13명은 1시간여에 걸친 대책회의 끝에 바닥이 내려앉고 있는 A동 건물 5층에 대해 야간 보수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 백화점 李完秀 시설부 차장(40)은 회의가 끝나자 B동 지하1층 창고로 내려왔다. 야간 보수공사를 위한 작업준비를 서두르기 위해서다. 오후 5시50분께 5층에 있던 시설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올라오라" 매우 다급한 목소리였다. 5시52분쯤 됐을까.전화 수화기를 통해 엄청난 굉음이 들려오는가 싶더니 전화가 끊어졌다.

李차장은 순간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설과정에서의 총체적 부실, 고객과 직원들의 안전을 뒤로한 채 영리추구에 급급하던 삼풍백화점의 붕괴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그순간부터 약 5분간 백화점 안에 있던 고객과 직원들은 말그대로 아비규환의 수라장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을 헤매야만 했다.

◆지상 5층에서의 탈출

이날 오후 5시45분께 창문 너머로 삼풍주유소가 내려다 보이는 삼풍백화점 A동 건물 5층 중국음식점 `월계관'.

건물 균열로 상당수의 식당들이 문을 닫아서 그런지 이곳 월계관에도 손님이라고는 한명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월계관 金信模사장(40)은 화교인 騰永發조리실장(45), 安元根영업과장(27)과 함께 홀 안쪽에 있는 사무실에서 앞으로의 영업대책을 숙의하고 있었다. 에어콘도 나오지 않을 뿐더러 화장실에 금이 가는 바람에 손님들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

바깥 홀에서는 종업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농담을 하고 있었다. 5시50분께 갑자기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몇번 속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종업원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회의를 시작한지 7분쯤 지난 5시52분께 金사장은 `꽝 쾅 쾅'하는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홀을 지나 현관으로 뛰어 나왔다. 저쪽 비빔밥집 `춘원'과 냉면집 `이전' 쪽에서 흙가루와 함께 콘크리트 더미가 우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아뿔싸, 뭔가 잘못돼 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평소에도 동작이 재빨랐던 李석민씨(25.영업부)가 비상구를 통해 아래층으로 황급히 뛰어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李씨 뒤를 이어 조리부에 근무하는 천병성씨(31)와 유영우씨(28), 조정자씨(55.여)가 무리를 지어 내달았다. 金사장은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내일이 월급날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어 사무실로 다시 돌아가 통장과 도장이 든 가방을 챙겼다.

같은 시간. 騰실장과 安과장은 종업원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소리치면서 가스밸브를 잠그기 위해 주방으로 뛰어들어갔다. 安과장은 불길이 훨훨 타오르는 가스를 차단하고는 비상구로 향했다.

주방에 있던 화교 朱鴻國씨(44)는 `별거 아닌데 다들 왜 저래'라고 투덜거리며 주방 안쪽 벽에 걸려있는 옷을 가지러 갔다. 그러나 朱씨는 평소 같은 화교로 남달리 친하게 지냈던 騰실장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朱씨가 서쪽 비상계단에 들어서자 앞에는 조리실장 騰씨를 비롯해 9명 정도의 종업원들이 2명씩 줄을 지어 한꺼번에 몇 계단씩 건너 뛰며 마구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뒤늦게 비상구로 들어선 金사장도 정신없이 뛰었다. 주방에 근무하는 화교 王貴功씨(30)가 앞에서 열심히 뛰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는 콘크리트 더미가 소나기처럼 무너져 내려 몸을 마구 때렸다.

그러나 아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3층까지 내려왔을 때다. 金사장은 갑자기 비상계단으로 폭풍같은 모래바람이 몰아쳐 그만 몸의 중심을 잃고 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뛰어내려갔으나 이미 1층 입구는 콘크리트 더미가 막고 있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金사장은 비상계단을 통해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상 1층과 2층 사이에 유리창이 보였다. 사람들과 함께 바닥에 있는 콘크리트 덩이를 들고 삼풍주유소 쪽으로 나있는 유리창을 깼다.

그리고는 한사람씩 뛰어내렸다. 아픔도 정신도 없었다. 마구 달려 도로까지 뛰어 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방금 뛰어내렸던 비상계단은 이미 땅밑으로 꺼지고 보이지 않았다.

한편 동작이 빨라 가장 먼저 뛰쳐나간 李석민씨는 A동건물이 완전 붕괴되기 몇십초 전에 이미 비상계단을 통과, 1층 현관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태풍과 같은 회오리 바람과 함께 李씨는 공중으로 붕 떠올라 길바닥에 떨어졌다. 李씨는 이 바람에 몸에 타박상을 입고 유리파편이 몸에 박히는 부상을 입었다.

또 두번째로 식당을 탈출했던 유영우씨는 비상계단으로 1층에 도착, 다시 출입구가 있는 A동건물 동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현관문을 나서다가 회오리 바람에 날려 B동건물에 있는 약국까지 날아가 흙더미 속에 파묻혔다. 유씨는 14시간동안 파묻혀 있다가 30일 오전 8시께 구조대원에 의해 구출됐다.

그러나 세번째로 식당을 벗어났던 조정자씨는 A동건물과 B동건물 가운데 있는 1층 현관을 벗어나는 순간 콘크리트 덩어리에 머리를 맞아 현장에서 절명했다. 안전지대란 없었다. 한마디로 운명의 장난이었다.

다음으로 그래도 비교적 빨리 식당을 탈출했던 騰실장은 건장한 체력을 무기삼아 남들보다 빨리 비상계단을 통해 1층을 지나 지하층까지 곧장 내려가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시는 살아서 올라오지 못했다.1층에서 탈출을 했어야 했던 것이다.

가장 운이 좋았던 종업원은 영업준비실에 근무하는 馬순덕씨(55.여).

馬씨는 이날 속이 안좋았으나 식당 화장실이 폐쇄돼 A동건물 대각선 4층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가 화를 면했다.

한참 볼일을 보던 馬씨는 화장실 문이 흔들거리고 바닥이 들먹거려 처음엔 지진이 난 것으로 생각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와 삼호가든아파트쪽 유리창으로 다가선 순간 뒤에는 이미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이었다.

馬씨는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남아있던 A동 북쪽 벽면에 매달려 지상으로 한발짝 한발짝 내려갔다. 곧이어 출동한 소방차 덕택에 사다리를 타고 마침내 이승에 발을 디뎠다.

백화점 5층 식당가에는 `식도락'이란 일식집이 있다. 이 식당 종업원 李炳昊씨(20)도 비교적 빨리 탈출한 편에 속했다. 주방에서 조리를 돕던 李씨는 식당에서 30여m 떨어진 한식집 `춘원' 쪽에서 `우르르'하는 소리를 듣고는 급히 대피했다.

李씨는 북쪽 비상계단을 통해 내려오는 순간 `꽝'하는 굉음과 함께 5층 천정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황급히 건물밖으로 대피해 뒤를 바라보고 있는 순간 또 `꽝'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순식간에 붕괴되는 것을 지켜봤다.

◆지상 4층 사람들의 운명

이날 오후 5시45분. A동 지상 4층 귀금속점 `미보'에 근무하는 직원 유재석씨(40)는 안경부쪽 기둥 위로 `뚝'하는 큰 소리를 듣고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천장이 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7분 정도 지나자 `뚜둑'하는 소리가 났으며 3분 후에는 `쾅'하는 굉음(옥상이 5층위로 붕괴되는 소리)을 들었다. 어디로 뛸까하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중앙 에스컬레이터 쪽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내려가고 있었다.

유씨는 에스컬레이터를 포기하고 몇몇 사람들과 함께 남쪽 비상계단으로 뛰어내려갔다. 유씨는 두줄로 뛰어 내려가는 인파에 섞여 2층과 1층 사이 계단을 열심히 뛰고 있었다.

갑자기 `우르릉 쿵'(5층이 4층위로 내려앉는 소리)하는 굉음과 함께 폭풍이 불어와 앞을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약 10초간 철제 손잡이를 잡고 쪼그리고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유씨는 바람이 멈추자 1-2층 사이의 비상계단 유리창으로 뛰어가 베니어판에 붙은 각목을 뜯어내 유리를 깨고 약 2m아래 백화점 정문쪽으로 뛰어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법연수원 쪽으로 내달렸다.

三豊백화점 4층 판촉실에 근무하다 사고 직전 진동음을 듣고 탈출길에 나섰던 金賢貞씨(27.여)는 그래도 불행 중의 다행인 편에 속했다.

金씨는 동료 李동호씨(31)와 함께 사무실을 나와 3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던중 갑자기 전기가 나갔고 곧이어 두 사람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한동안 의식을 잃었던 金씨가 동료 李씨의 부르는 소리에 깨어났을땐 어이없게도 콘트리트 구조물과 철근 사이로 뻥뚫린 하늘을 보며 누워있었다.

30일 새벽 극적으로 구조된 金씨는 사고 당시 콘트리트 조각과 돌더미 속에 깔려 꼼짝할 수 없었으며 동료 李씨는 바닥쪽으로 얼굴을 처박은 채 몹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했다.(계속)

暳? │장전제1.2.3동,구서제1.2동,노포동, │ │부곡제1.2.3.4동,선동,두구동 │청룡동,남산동,금성동 │ └─────────────────┴─────────────────┘

※해운대구와 기장군이 해운대구.기장군 선거구로 통합(계속)

00│

│ │87.선박등록 │ 5,000│

└──────────┴───────────────────┴──────┘

(서울=연합(聯合))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