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三豊참사..생사(生死)의 갈림길 5분-(2)

1995. 7. 15. 11: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상3층,1백50여명 탈출길 신사정장과 남녀 캐쥬얼, 골프웨어, 스포츠용품 등을 판매하는 지상3층 매장은 이날따라 유난히도 무더웠다.

에어콘 가동까지 중단되어 매장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손으로 꼽으면 30여명 정도나 될까. 직원들 1백20여명 정도만 손부채를 흔들며 퇴근을 기다리는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5시50분. 캐쥬얼 청바지 등을 판매하는 캘빈클라인에 근무하는 李美賢씨(22.여)는 며칠전 손님이 줄여달라고 맡겨놓은 옷을 찾아오기 위해 2층에 있는 수선실로 내려갔다.

3분쯤 지났을까. 수선실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위층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라고 소리치며 수선실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위쪽에서 공사를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李美賢씨는 올라가서 구경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3층으로 통하는 비상계단으로 들어섰다.

3층 쪽에서 "피해라"라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떼를 지어 아래층으로 몰려 내려오고 있었다. 그냥 그 자리에 서있을 수 만은 없었다. 2층 비상계단 쪽으로 한 발짝 움직이는 순간 `휙'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허공으로 뜨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5시52분 무너지지 않은 B동 건물 지상3층 삼풍건설산업 회의실. 정연구 비서실장(48)은 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와 다른 부서의 업무보고를 경청하고 있었다.

갑자기 A동 쪽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꽝'하는 굉음(옥상이 5층위로 내려앉는 소리)이 들려왔다. 정실장은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회의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는 건너편 B동 3층의 비상구 입구 4곳이 사람들로 가득찬 것을 보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정 실장은 李준 회장을 부축, 남쪽 비상구로 향하다 중앙의 에스컬레이터 계단이 보이길래 마구 걸어내려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李회장과 함께 B동 건물 남쪽 지상 주차장 쪽으로 빠져나왔다.

잠시후 백화점 건물 전면 쪽으로 걸어간 李회장은 A동 전체가 무너진 것을 보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참사가 벌어지고 난 뒤 였다.

◆우왕좌왕했던 지상2층 매장

숙녀의류를 판매하는 지상 2층 매장에도 이날 직원 1백20여명과 아르바이트생, 고객 등 모두 1백50-1백80여명이 일을 하거나 쇼핑을 하고 있었다.

오후 5시40분 A동 북쪽 벽 중앙부 근처에 있는 2층 수선실.

朴봉 실장(35)은 `때르릉'하는 전화벨 소리를 듣고 수화기를 들었다.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옥상이 조금 내려 앉았다. 시설이사 등이 오르내리고 심상찮다. "우리는 철수한다" 옥상 물탱크옆 가건물 수선실에서 걸려온 전화다.

朴실장은 2층 매장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이상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朴실장은 직원들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전화를 끊은 지 10여분 지난 뒤였다.

위층에서 "쿠쿵"하는 울림소리가 들려왔다. 朴실장은 순간 섬뜩한 전율이 느껴졌다. 직원 4-5명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바로 옆에 있는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관리사무실 입구에서 2층 관리직원인 金우형씨(27)를 만났다. 金씨는 4층에 있다가 이상을 느끼고 2층 사무실로 허둥지둥 달려오던 길이었다.

金씨는 관리사무실과 소비자상담실 문을 박차고 직원들에게 소리쳤다. "붕괴위험이 있다, 빨리 대피해야 한다. 4층 귀금속팀은 이미 많이 빠져나갔다. 5층은 중국집 등을 제외하고는 오후부터 폐쇄한 상태다"

관리사무실에 앉아있던 姜신택부장과 李남훈대리, 韓동진씨 등 직원들은 金씨의 다급한 전갈을 각 매장에 알리기 위해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李남훈 대리는 동쪽 디자인 매장으로 달려갔으며 韓동진씨는 서쪽 캐쥬얼매장으로 달려가 "대피하라"고 외쳤다.

관리사무실에 위급한 상황을 보고했던 金우형씨는 다시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북쪽 중앙 비상구를 통해 4-5층 쪽으로 다시 뛰어 올라갔다.

계단을 뛰어내려오며 탈출길에 나섰던 직원들은 3층 쯤에서 유일하게 계단을 거슬러 올라가는 金우형씨를 목격했다. 그 뒤로 金씨를 본 사람은 없었다.

한편 관리사무실 직원들로부터 비상대피령을 받은 2층 매장 직원들 대부분은 북쪽 벽면에 있는 2개의 비상계단 입구 쪽으로 허둥지둥 몰려들었다.

북쪽 벽면 비상계단은 직원들이 평소 출퇴근로로 이용하던 곳으로 매장에서 30초 정도만 뛰어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상황은 이미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대피통보를 받은 직원 일부가 무사히 1층으로 탈출한 직후 북쪽 비상계단 부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반대쪽으로 뛰어" 姜부장과 李대리, 韓동진씨 등 3명은 북쪽 출구로 달려오는 직원들을 B동 연결통로로 다시 몰았다.

대피령 직후 곧바로 B동 쪽으로 뛰었던 남쪽 캐쥬얼 매장 직원은 상당수가 탈출에 성공했으며 B동 연결통로로 다시 되달려간 일부 직원도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A동 북쪽 벽면에서 B동 쪽으로 되돌아가던 직원들 상당수는 끝까지 건너가지 못하고 A동 중앙부에서 무너져 내리는 천장에 깔려 매몰됐다.

또 동쪽 디자인 매장 직원들 대부분도 북동쪽 비상계단으로 많이 몰려들었으나 출구가 막히는 바람에 대부분이 실종되고 말았다.

동쪽 디자인 매장에 근무했던 安은경씨(22)는 처음엔 상황의 심각성을 감지하지 못했다. 직원들이 모두 북동쪽 비상계단 쪽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고 남들보다 늦게 뛰기 시작했다.

安씨는 비상계단 쪽이 함몰되고 앞사람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하자, 다시 B동 연결통로까지 죽어라하고 달렸다. 도착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철제 다리는 이미 끊겨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 뒤돌아선 순간 관리사무실 李남훈 대리 등 남자직원 2, 3명과 매장 여직원 12명 정도가 바로 뒤에서 헉헉거리며 서있었다. 安씨는 이들과 마주본 채로 무중력감을 느끼며 밑으로 떨어졌다.

한편 2층 매장에서는 영업에 몰두, 손님과 얘기를 나누거나 전화통화를 계속하는 등 성격이 너무 느긋하여 끝내 모습을 감춰버린 직원과 손님들도 일부 있었다.

특히 한 여직원은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얘. 건물이 무너진댄다. 전화 끊어야겠다"고 말한 뒤 다시는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지상1층

A동 건물 지상1층은 에어콘이 작동하지 않아서인지 평소보다 적은 20여명의 손님만이 한가롭게 물건을 들러 보거나 고르고 있었다.

매장에서는 60여명의 직원들이 땀을 손으로 닦아내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비록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일은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사고 당시 1층에 있었던 사람들은 4, 5층에 머물렀던 사람들과는 달리 백화점이 순간순간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1층 화장품 코너에서 근무하는 金은선씨(22.여)는 오후 5시56분께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뚱뚱한 남자가 넘어졌겠군' 웬걸. 에스컬레이터 쪽을 쳐다보니 위에서부터 수십명이 마구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현관 쪽에는 이미 동작빠른 직원들과 손님 몇명이 문밖으로 다급히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金씨는 `뭔가 잘못되고 있구나'하는 직감으로 얼떨결에 백화점 입구로 도망을 쳤다. 그녀는 `휙'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에 날려갔으며 곧 정신을 잃었다.

이 백화점 1층 유로통상㈜ 의류코너에서 함께 일했던 여직원 朴善美씨(23)와 林海眞씨(25)도 건물붕괴 사실을 몰랐던 것은 마찬가지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朴善美씨는 오후 5시40분께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에어콘이 꺼져 너무 더워요. 엄마. 수박 좀 사서 냉장고 안에 넣어 두세요"

두 여직원은 부채질을 하며 시간 가기 만을 기다렸다. 오후 5시56분쯤. 갑자기 옆 코너 점원이 비명을 질렀다. 가게에서 뛰어 나와보니 승강기 열린 문으로 사람들이 미친 듯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현관쪽으로 힘을 다해 뛰었다. 건물 윗부분이 힘없이 내려앉는 것이 보였다. 움찔하는 순간 뒤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몸이 날려 칠흙같은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들은 이틀 후인 1일 새벽 1시30분 극적으로 구조됐다.

1층 로비 중앙에 있는 랑콤화장품코너 판매원 張美淑씨(24)는 사고 직전 40대 남자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내주고 있었다.

張씨는 중앙통로쪽 복도에서 갑자기 강한 회오리바람이 불어오고 사람들이 흩어지는 것을 보고는 옆에 있던 양품창고로 재빨리 대피했다.

그러나 곧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철근과 골재더미가 온몸을 덮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석면가루와 먼지 등으로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으며 같은 나이 또래의 鄭福實(25)이라는 여자와 몸이 엉겨붙어 뗄 수가 없었다.

1층 악세사리 코너에서 근무하는 鄭福實씨는 갑자기 불어닥친 회오리바람에 빨려들어 온몸에 유리파편이 박힌 채 張미숙씨 위에 떨어진 것.

두 여직원은 매몰 36시간 만에 지하1층 철제더미 속에서 살아나왔다.

한편 이날 오후 5시56분 지상1층 북쪽 주차장에서는 朴경규씨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차를 몰고 백화점 밑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선 순간 먼지가 피어오르며 `우르릉'하는 소리를 들은 朴씨는 깜짝놀라 급히 차를 후진시켜 밖으로 빠져나왔다.

5초 정도 지나자 건물 전체가 엄청난 먼지를 내며 위층부터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마치 남산 외인아파트가 폭파공법에 의해 철거되는 모습과 똑같았다.

백화점 안에서는 `살려달라'는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먼지는 계속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속을 뚫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한 두명 뛰어나오고 있었다.(계속)

박은 채 몹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했다.(계속)

暳? │장전제1.2.3동,구서제1.2동,노포동, │ │부곡제1.2.3.4동,선동,두구동 │청룡동,남산동,금성동 │ └─────────────────┴─────────────────┘

※해운대구와 기장군이 해운대구.기장군 선거구로 통합(계속)

00│

│ │87.선박등록 │ 5,000│

└──────────┴───────────────────┴──────┘

(서울=연합(聯合))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