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KBS, 시청률 의식한 '고무줄편성'

1997. 6. 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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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聯合)) 徐漢基기자= KBS가 지나치게 시청률을 의식한 고무줄 편성정책으로 여론의 지탄을 자초하고 있다.

KBS는 지난해의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올해도 납량특집물로 마련한 괴기공포물 「전설의 고향」을 애초 월화미니시리즈 「프로포즈」 후속프로로 편성하려던 계획을 바꿔 7월 19일부터 방송, 매주 토.일요일 밤9시에 나가는 단막극「테마드라마」시간에 내보내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로써 `구미호', `지네바위', `삼신할미와 마마대왕' 등 지금까지 모두 16편이 제작된 「전설의 고향」이 나가는 8주 동안 「테마드라마」의 불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KBS는 「전설의 고향」을 2편정도 더 만들어 총 18편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어서 결국 「테마드라마」를 보고자 하는 시청자는 9주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드라마게임」과 「드라마스페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테마드라마」는 완성도는 높지만 너무 진지한 주제를 다뤄 시청자들이 보기에 버겁다는 평을 받아온「신TV문학관」의 무거움에서 탈피, 접근하기가 쉬우면서 수준도 있는 단막극을 선사한다는 기획의도에 따라 탄생한 프로그램.

그러나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시청률 제일주의'라는 방송가의 망령에 희생되는 제물이 되는 게 「테마드라마」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일 것 같다.

이와 관련, 최상식 KBS드라마제작국장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우수한 단막극들을 사전제작하여 올 가을께 「테마드라마」시간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S가 이처럼 처음의 방침을 갑자기 변경하게 된 것은 시청률이라는 잣대에 따른 것임은 물론이다.

그동안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에서는 그런대로 강세를 유지했지만 유독 월화미니시리즈에서만은 거듭 참패를 면치못했던 KBS는 최근 10부작으로 계획된 「프로포즈」가 의외의 성공을 거두며 인기가 높아지자 이를 12부작 혹은 14부작, 더 나아가 최대 16부작으로까지 연장시켜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가 좋으면 늘이고 없으면 줄이는' 엿가락 편성관행을 되풀이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시청자와의 약속이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방송순서를 뒤헝클어 놓으면서까지 신기루와 같은 인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의 본분을 벗어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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