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부산 지하철 공사장 지반침하는 인재(人災)

입력 1998. 3. 24. 15:38 수정 1998. 3. 2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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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 劉昌燁기자 = 24일 오전 부산 지하철 공사장에서 일어난 지반 침하사고는 시공사 등의 안전의식 불감증이 부른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사고는 시공사인 벽산(碧山)개발㈜ 등이 사고지점인 부산시 수영구 수영동 지하철 2단계 229공구의 하수도관 위치나 연약지반 등 주변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해빙기 안전점검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발파하다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부산교통공단측은 사고가 지하 공사장으로 난 터널옆에 생긴 구멍으로 하수도 물이 흘러들면서 물이 빠진 빈 공간이 생겼기 때문에 일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단측은 또 터널을 뚫기 위해 발파를 하기는 했지만 이 지역이 연약지반인 점을 고려해 발파강도를 낮춰 다른 지역보다 5분의 1수준으로 발파를 했다며 발파가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사고가 난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가끔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을 느껴왔고 이날 오전 2차례에 걸쳐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을 느낀 뒤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해 공단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하고 있다.

사고지점과 인접한 한국방송광고공사 부산지사(8층건물) 사무실에 있던 劉光滿업무차장(51)은 "오전 9시 50분께 간부회의를 마친 뒤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부산교통공단측에 항의전화를 했다"며 "심한 발파작업으로 하수도관에 충격이 가해지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고를 조사한 남부소방서 金敬昊 조사반장(35.소방교)은 "지하 13m의 터널 굴착 공사장에서 무리하게 발파하는 바람에 지상쪽에 위치한 가로 7m, 세로 1.5m, 두께 15㎝의 직사각형 콘크리트 하수도관과 이와 연결되는 직경 80㎝의 원형 콘크리트 인입관의 이음새가 충격으로 벌어지면서 하수가 흘러 결국 지반이 침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달초부터 지하철 공사장 등 시설물에 대한 해빙기 안전점검을 실시중인 부산교통공단이 아직 점검을 끝내지 않은데도 이와는 별개로 안전조치없이 발파작업을 강행해 왔으며 감리단도 이를 묵인한 점도 사고에 일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행히 이번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시공사의 안전의식 불감증 등에 대한 비판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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