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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가 쇠는 또다른 부활절

입력 1999. 04. 08. 11:53 수정 1999. 04. 0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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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자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지난 4일 부활절을 맞아 전국의 교회와 성당에서는 개신교인과 천주교인이 모여 일제히 예수 부활의 기쁨을 노래했다.

그러나 서울 아현동의 성 니콜라스 대성당을 비롯한 전국의 정교회 성당에서는 여느 주일(주일(主日))과 다름없이 예배만 올렸다. 정교회 신자들이 올해 부활절로 섬기는 날은 11일로, 전날 자정부터 부활 성찬예배를 올리는 데 이어 오전 11시에 사랑의 의식을 거행한다.

니콜라스 대성당에서는 국내 신도와 함께 러시아·루마니아·불가리아·그리스 등 동유럽 국가의 한국 주재 공관원 등이 모인 가운데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주교의 집전으로 두차례 예배가 진행된다.

정교회의 국내 신도는 전국적으로 2천명 가량. 종교시설도 서울·부산·인천·전주·양구 등 성당 5군데와 가평의 수도원 1곳에 불과해 개신교와 가톨릭으로 이뤄진 `기독교의 바다' 가운데 `외로운 섬'으로 남아 있다.

전세계 기독교인이 "춘분 이후 보름달이 뜬 뒤 첫 주일을 부활절로 정한다"는 A.D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 결정을 따르면서도 정교회의 부활절이 개신교나 천주교와 차이가 나는 것은 교회력이 다르기 때문. 개신교와 천주교가 A.D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 때 정한 그레고리오력을 따르는 반면 정교회는 B.C 46년 율리우스 시저가 채택한 율리우스력을 고수하고 있다.

심한 경우 한달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2년 뒤인 2001년에는 서로 다른 계산법에도 불구하고 4월 15일로 합치된다.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중동교회협의회(MECC)는 96년 시리아 알렙포에서 에큐메니컬 회의를 갖고 "예수 부활의 날짜를 가장 정확한 천문학적 지식을 이용해 산출한 뒤 21세기가 시작되는 2001년을 기점으로 부활절을 함께 지내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세계성공회 주교회의(람베스회의)에서도 `알렙포안(案)'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최근 루터교세계연맹(LWF)의 이스마엘 노코 총재도 `알렙포안' 수용을 당부하는 서신을 124개 회원교단에 보냈다. 이미 로마 교황청도 "이러한 시도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열쇠는 동방에서 쥐고 있다. 시리아 정교회 등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나 정교회 최대세력인 러시아정교회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2001년 이후 동-서방 크리스천이 함께 부활절을 경축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서방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핀란드 정교회와 미국의 일부 사도교회들은 그레고리오력을 따르고 있다.

heeyong@yonh 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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