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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有錢免除' 병역면제 비리 실태

입력 1999. 04. 27. 02:31 수정 1999. 04. 2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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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세진.옥철기자= `유전(有錢)면제, 무전(무전(無錢))입대'라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입증됐다.

검.경.군 합동수사부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간 비리소지가 있는 병역면제 사례 4백여건을 전면 조사, 이중 137건의 부정면제 사례를 적발했다.

수사결과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그릇된 자식사랑이 돈에 눈이 먼 병무 브로커,군의관과 결합, 조직적인 병무비리를 양산해왔으며 이때문에 계층간 위화감 조성은 물론 20대 초반 입영대상층에게 병역의무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병역 면제자는 `신의 아들', 현역 복무자는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냉소적인 유행어의 근원에는 뿌리깊은 병무비리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병무비리 사건을 청탁자, 비리유형, 면제실태 등으로 나눠 살펴본다.

◇누가 청탁했나= 운동선수, 연예인, 기업체 사장, 고위 공직자, 은행 임직원, 교수, 의사 등 우리 사회의 유력 계층이 모두 망라됐다.

적발된 135명의 직업을 보면 사업이 37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의사 7명, 회사원 6명, 공무원 6명, 은행임직원 5명, 교수.전문직 4명 등의 순이었으며 전체의 62%가 강남에 거주하는 부유층이었다.

이들중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저명인사들이 많았다.

우선 운동선수로는 LG트윈스 야구단 소속의 서용빈(28) 선수가 병무청 직원에게 2천500만원을 주고 병역면제 청탁을 한 뒤 실패하자 또다시 군의관에게 1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 병역을 면제받았다.

나래블루버드 농구단의 이민우(28.수배) 선수도 국군수도병원의 군무원에게 병역면제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고 해태타이거즈 야구단 소속의 김종국 선수는 아버지(54.개인택시)가 4천만원을 써 병역을 피할 수 있었다.

프로야구 쌍방울 구단주대행 이용일(67.전KBO 사무총장)씨도 아들의 병역면제를 위해 검은 돈을 뿌렸다.

연예인으로는 60∼70년대에 `대머리총각'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 인기를 끈 가수이자 방송진행자인 김상희(56.본명 최순강)씨가 공인의 신분을 저버리고 아들의 병역면제 비리에 적극 개입했다.

가수 김원준(30)씨는 의사인 아버지 김기영(58.서울구치소 의무 서기관)씨가 전직 군의관에게 1천만원을 주고 병역면제를 청탁, `신의 아들' 행세를 할 수 있었던 케이스.

기업인들의 그릇된 자식 사랑이 특히 두드러졌는 데 자본금 1천800억원대 대형 건설업체인 ㈜신성 회장 신영환(54), 남양유업 대표 홍원식(48), 우림해운 대표 최종태(45), 동성유통 대표 백송수(58), 그린웨딩홀 사장 정종대(53), 신생프로덕션 대표 송진화(53.여)씨 등이 그런 부류에 속했다.

이와 함께 의사로는 김용문(56.강서고려의원 원장), 구정열(56.마산중앙자모병원 원장), 안승택(부평 안병원)씨, 공무원으로는 전총무처 소청심사위원(1급) 한대희(66), 관악세무서 6급직원 김병만(56), 전서초구청 도시국장 이석도(49)씨, 은행 간부로는 신한은행 서초지점장 임금택(54)씨 등이 적발됐다.

선출직 공무원중에는 성남시 의회의원 김종윤(56)씨가 브로커에게 5천만원 주고 아들의 병역면제를 청탁했으나 브로커가 실력자(?)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고 모두 챙기는 바람에 아들은 4급 판정(공익근무요원)을 받기도 했다.

또 한양대 의대 교수 주경빈(50.여), 인하대 교수 전용수(55), 변호사 임모씨의 처 강대균(68)씨 등 교수 및 전문직 종사자들도 검은 돈을 뿌린 것으로 밝혀져 `내 자식만 편하면 된다'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잘못된 의식의 한 단면을 읽게 했다.

한편 환경미화원 박모씨의 처(58.불구속)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아들의 병역면제를 청탁하기 위해 어렵사리 모은 300만원을 병무청 직원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어떻게 면제받고 뇌물은 얼마나= `디스크'로 불리는 수핵탈출증과 고도근시가 단골 면제수단으로 밝혀졌다. 흔히 발생하는 결함인데다 X-레이,허위진단서,시력검사서의 부정 발급이 용이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비리사범 137건 중 신경외과와 안과 결함이 각각 55건과 54건으로 절대 다수이고 정형외과 20건, 내과 4건, 치과 2건 순으로 집계됐다.

황반의 변색으로 시력이 저하되는 황반변성과 부동시(짝눈) 등 안과결함과 선천성 요족, 간염, 아토피성피부염 등도 면제 구실로 쓰였다.

면제판정은 주로 재검신청을 통해 받아냈다. 현역 또는 공익요원 판정을 받으면 처분변경원을 제출하고 로비를 벌인 뒤 재검에서 면제를 받은 경우가 72%였다.

뇌물 액수는 1천만원대 37명, 2천만원대 25명, 3천만원대 21명, 5천만원 이상 14명으로 수천만원대가 주류였으나,3백만원을 제공한 환경미화원의 처도 적발되는등 빈곤층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누가 알선하고 어떻게 청탁했나= `브로커 3인방'으로 통하는 정건표(46.서울지방병무청 6급), 최기택(44.〃 7급), 정윤근(47.병무청 6급)씨 등 병무청 중하위직공무원들이 비리의 `첨병' 역할을 하면서 1억5천만-2억1천만원씩 챙겼다.

강남 주부들에게 `병무해결사'로 알려진 최경희(51.전 강남구청 병사계장.수배)씨는 상담시 `돈을 쓰면 뺄 수 있다'고 유학생 부모를 집중 공략했다.

원용수 준위 사건에도 연루된 박노항(48.수배)원사는 20회에 걸쳐 6억여원을 챙겼고 의무사령부 인사행정처장 김규형(48.대령)씨 등 의정 장교와 군의관도 다수 적발됐다.

브로커 중에는 병무청 공무원이 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들에게 포섭돼 면제판정을 해준 전.현직 군의관도 16명에 달했다.

수법은 최초 알선부터 면제판정까지 2∼3단계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한 단계마다 1천만원 이상 뇌물이 오갔으며 심지어 6단계를 거쳐 군의관에게 청탁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런 사례도 있다= 두 아들을 한번에 면제받거나 장인.장모가 부모 대신 나선 경우도 적발됐다.

신생프로덕션 대표 송진화(53.여)씨는 6천여만원을 주고 쌍둥이 형제의 병역을 한꺼번에 면제받았고 임대업자 전용배(48)씨는 큰아들은 면제, 둘째는 공익요원 4급 판정을 받았다.

주부 장재순(50)씨와 마산중앙자모병원장 구정열(56)씨는 사위의 병역면제 청탁을 위해 각각 3천만,1천만원씩 갖다 바쳤다.

전 대유공영 대표 유일수(51)씨는 도급업체 사장 아들의 병역면제를 대신 청탁하고 78억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한편 제 자식 사랑에만 급급했던 일부 부모는 해외유학 또는 국내 재학중인 아들에게 청탁사실을 철저하게 숨겨 재검을 받게 된 병역면제자들이 수사전까지 부정면제 사실을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

parksj@yonhapnews.co.kr oakchul@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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