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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신화' 음란성 논쟁 2년만에 심판

입력 1999. 10. 16. 17:23 수정 1999. 10. 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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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 `신화적 상상력을 위장한 포르노물'인가,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폭압'인가.

지난 97년 7월 인기 만화가 이현세(李賢世.43)씨의 작품 `천국의 신화'를 둘러싼 음란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오는 19일 2년 3개월여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됐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지법 519호 법정에서 형사1단독 성기문(成箕汶)판사 심리로 이씨의 미성년자보호법 위반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리게 된 것.

`천국의 신화'는 인기 만화가 이씨가 동북아시아 고대 신화를 바탕으로 창세기부터 환인.환웅 시대를 거쳐 발해 멸망 시기까지를 오는 2001년까지 100권 분량으로 펴낼 계획으로 그려낸 대하역사만화.

검찰은 97년 7월 당시 학원폭력이 사회문제화 되는 상황에서 청소년 유해환경의 주범으로 (일본)만화가 지목되자 당시 8권까지 발행돼있던 `천국의 신화'에 대해 "성인물이긴 하지만 원시인들의 집단 성교나 수간(수간(獸姦)) 장면 등이 청소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이씨를 소환조사했다.

당시 검찰은 "`천국의 신화'는 신화적 상상력을 위장한 포르노물"이라며 불구속기소 방침을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 등 만화가들이 "검찰 수사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폭압"이라며 강하게 반발, 절필을 선언하는 등 논쟁이 촉발되자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고심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2월 성인용이 아니라 소년용 `천국의 신화'중 몇 장면이 미성년자 보호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서울지법에서 열린 약식재판은 `천국의 신화'의 음란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다만 "이씨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유감을 표시했고, 벌금을 미리 공탁하는 등 유죄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300만원을 내라고 명령하는 것으로 싱겁게 끝났다.

하지만 이씨는 같은해 6월 "벌금 액수를 깎으려는게 아니라 무죄를 받아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것"이라며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이 재판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1단독 재판부는 그후 거의 매달 한차례씩 13차례나 재판을 열면서 고심을 거듭해왔다.

현행법상 `음란성'이라는게 별다른 기준이 있는게 아니라 당시 사회적인 통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인 듯 애초 이 사건을 맡았던 박정헌(朴正憲) 판사는 일본 스포츠신문 만화를 가져오게 해서 봤는가 하면 사건을 넘겨받은 성 판사 역시 일본 소년용 만화잡지와 단행본 만화를 구해본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 만화방에서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만화들을 가져다가 탐독하기도 했다.

비슷한 이유로 고발된 스포츠신문 만화가들에 대한 재판이 현재 위헌심판제청으로 결론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향후 몇년간 `만화의 음란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법부의 대표적인 판단으로 여겨질 이번 사건의 부담 때문인 듯 성 판사는 판사실에 일본 만화를 잔뜩 쌓아둔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chungwon@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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