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지난 50년대 과자회사를 운영하는 여주인공의 역정을 그린 MBC의 인기드라마 `국희'를 둘러싸고 제과업계에서 신경전이 한창이다.
당초 `국희'의 실제모델이 지난 9월 작고한 크라운제과.베이커리의 창업주 윤태현 회장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동양제과, 해태제과, 롯데제과 등이 잇따라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국희'의 인기에 힘입어 부도업체인 크라운베이커리는 지난달 매출이 8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5% 정도 늘어난데 이어 이달중 `국희빵'이라는 브랜드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세우는 등 판촉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드라마가 국내 최초의 샌드비스킷인 `산도'를 만드는 과정이 그려진데다 자막에 장소협찬을 받은 곳으로 크라운제과가 지목되면서 `국희'의 실제모델은 크라운제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해태제과는 MBC가 드라마를 구상할 때부터 창업 관련 자료와 빵반죽 등 소재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일본계 업체와 한국계 자본이 대결하는 드라마속의 당시 시대상황이 순수 토종기업인 해태를 모델로 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인 김혜수와 손창민이 원래 해태제과 모델 출신이었다는 점도 '해태제과 모델설' 근거의 하나가 되고 있다.
반면 지난 60년대에 일본 모리나가사와 기술제휴를 했던 동양제과는 드라마중에서 `악'의 편에 섰던 `풍강제과'가 일본 과자회사와 제휴를 한 점을 들어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오히려 동양제과는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이 극중에서 국희와 같은 이북 출신인 점과 극중에서 국희가 이 회장의 좌우명이기도 한 "과자는 정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점을 들어 국희의 모델은 동양제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극중의 `일본계 자본'이 혹시 롯데를 점찍어 연출된 것이 아닌지 드라마의 전개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도 "드라마가 실제 시대상황과 일치하지 않고 각 업체의 일화를 뒤섞어 놓았는데도 특정업체가 아전인수격으로 실제모델이라고 주장하니까 다른 업체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MBC측도 이에대해 "특정업체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니다"면서 "제과업체들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각종 성공담만을 픽션으로 엮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드라마 `국희'로 인해 중.장년층의 향수바람으로 최근 `연양갱', 카라멜, 샌드, 단팥빵 등 복고형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데다 지난 50년대 초반 우리나라 산업기반을 닦았던 제과업계의 성과가 알려진 것은 업계 공통의 수확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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