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떠난후 박진 방중 발표..'반중' 외쳤던 尹정부 달라졌다

강태화 2022. 8. 5. 15: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8~10일 중국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난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ㆍ중 대립이 격화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외교장관의 방중을 놓고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포지셔닝과 관련한 주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7월 7일 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美ㆍ中 대결 격화 속 발표된 방중


외교부는 5일 “박 장관이 왕이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중국 산둥성 칭다오를 방문해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며 “한ㆍ중관계, 한반도 및 지역, 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담일은 전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언급했던 9일이다.

양국 장관의 대좌는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G20) 회의 이후 한달여만이지만, 고위급 인사의 공식 방중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운 ‘가치외교’를 천명해온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미묘한 시점에 방중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4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오른쪽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왕이 부장은 4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3(한ㆍ중ㆍ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정면 충돌했다. 그 여파로 1년9개월만에 열릴 예정이던 중ㆍ일 외교장관 회담은 무산됐다. 같은날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는 사상 최초로 중국의 탄도미사일 5발이 떨어졌다.

왕 부장은 회의 기간 중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는 우연히 마주치는 것조차 피했다.

중국군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미국과 대만을 동시에 겨냥한 전례 없는 화력 시위를 벌였다. 4일 중국 인민해방군의 탄도 미사일 발사 모습. 연합뉴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방한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았다. 대만ㆍ일본을 포함한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국 중 유일하다. 대통령실은 당초 “펠로시 의장과 윤 대통령의 접견은 예정에 없다”고 했다가 급하게 전화통화 일정을 잡았다. 게다가 펠로시 의장의 입국장엔 한국측 인사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홀대 논란’까지 자초했다. 그리고 펠로시 의장이 일본으로 떠난 직후 박 장관의 방중 일정이 발표됐다.


尹 “中 오해하지 않도록 하라”


당국자들 사이에선 펠로시 의장의 방한 동선과 의전 혼선 등과 관련해 “한ㆍ중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외교부의 업무보고에서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입국장에 한국측 인사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홀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박 장관이 이번 방중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구상인 이른바 ‘칩4’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 등이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적극 설명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중국은 윤석열 정부가 ‘친미반중’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정부가 반중 등 정치구호를 강조했던 대선 때와 달리 중국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중국에 대한 외교적 자극이 자칫 ‘사드 보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비용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한국의 ‘칩4’ 참여를 통한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에 동참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왔다. 이번 회담에선 이와 함께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와 관련한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않고, 미국 MDㆍ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유지를 구체적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주중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전 정부의 관련 협상 수석대표와 정부 대변인이 ‘사드 3불은’ 약속이 아니라고 밝혔다”며 일단, 사드 3불은 정부 간 공식 합의가 아니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만나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 웨이퍼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예정인 3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웨이퍼다. 뉴스1

대북 레버리지 등 ‘딜레마’


미ㆍ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바탕으로 이른바 ‘균형외교’를 지향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이를 비판하며 대미(對美) 외교 중심의 ‘전략적 명확성’을 강화해왔다.

문제는 중국이 비핵화 등과 관련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이 6월 29일 오후(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29/뉴스1

이와 관련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전 정부의 균형외교가 실패한 원인은 미ㆍ중의 눈치를 보며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에 소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을 의식해 펠로시 의장과의 접견을 피할 게 아니라 양측 모두를 당당히 만나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게 오히려 외교적 실력과 입지를 넓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