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 北送, 그 후 2년

입력 2002. 9. 2. 08:32 수정 2002. 9. 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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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 2000년 9월2일.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판문점을거쳐 북한으로 돌아간 날이다.

그 후 2년 동안 북한에 있는 이들의 신상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남한에서도그에 못지 않게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바쁜 나날 = 장기수들은 북송 후 북한에서 "의지의 화신" 혹은 "신념의 강자"로 불리며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북한은 북송 직후 이들에게 "조국통일상"과 노동당 당원증을 수여한 것은 물론냉난방 시설이 갖춰진 평양 시내 대형 아파트를 비롯한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건강관리를 위한 고급약재까지 공급하고 있다. 또 가족이 없는 장기수들은 결혼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2001 민족통일대축전" 참가차 평양을 방문해 장기수를 만난 남측인사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 결혼한 이들은 함세환(71).리재룡(59)씨 등 모두 8명. 특히 리씨의 경우 지난 6월 태어난 딸에게 김정일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축복"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이 북한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물론 북한 정권 입장에서 볼 때 최대의체제 선전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당 창건 행사나 타계한 김일성 주석이나 김 총비서의 생일 행사 같은 비중 있는 정치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북한 전역을 두루 다니며 각 계층 주민들과"상봉모임"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김동기(71)씨가 조선작가동맹 작가로, 리경찬(68)씨 등 6명이 조선미술가동맹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 김 총비서는 지난해비전향 장기수를 원형으로 장편소설 60여 편을 창작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 남측 비전향 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 노진민씨는 2일 "최근 8.15 민족통일대회 때 만난 북측 인사로부터 "장기수 1명당 1편씩 장편소설을 창작할 계획이며 이미 16편을 출간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대접에도 불구, 고령인 장기수중 3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에 이종환씨가 간암으로, 6월에는 윤용기씨가 협심증과 심장병으로각각 숨졌고 지난 1월에는 신인영씨가 암으로 남측에 노모 고봉희(94)씨를 남겨두고먼저 세상을 떠났다.

지난 93년 3월 혼자 북송된 리인모(86)씨는 지난해 8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6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통일대회 행사 때 남측 딸을 비교적 건강한모습으로 만났다고 알려졌다.

▲"더 보내달라" = 남쪽에서는 비전향 장기수 북송을 두고 갈등이 이어졌다.

비전향 장기수 송환추진위 등 남측 일부 단체들은 2000년 9월 북송 당시 전향했다는 이유로 제외된 정순덕.정순택씨 등 32명을 추가로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전향 자체가 강제적으로 이뤄진 만큼 사실상 비전향 장기수라는 것. 이런 주장은 최근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70년대 비전향 장기수 전향 공작 과정에서 상습적으로 폭력이 자행됐다고 밝힌 것으로 이어졌다.

비전향 장기수 송환추진위는 송환 2돌인 2일 오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2명을 추가 송환하라고 재차 요구할 방침이다. 지난해 요구했던 32명과 숫자는 똑같지만 지난해 북한으로 가겠다던 이들 중 2명이 마음을 바꿨고 인민군포로 출신 2명이 새로 추가됐다.

지난 1월 사진 작가 신동필(37)씨가 사진집 "우리 다시 꼬옥 만나요"(도서출판창 刊)를 펴내는 등 비전향 장기수에 관한 책이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반면 납북자 가족모임 등 일부 단체들은 정부가 비전향 장기수는 송환하면서 납북자 가족 송환에는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다며 소송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경시청이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중 신광수(74)씨를 "일본인 납치의혹" 관련 여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국제 수배할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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