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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정치인"보다 더 웃긴 "철새 언론"

허미옥 입력 2002. 11. 06. 08:16 수정 2002. 11. 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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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주최 후보합동토론회 무산10월 31일 문화방송 후보합동토론회 연기・개최 불투명11월 7일 한국기자협회 주최 합동토론회 무산대선을 40여일 앞두고 후보간 TV합동토론이 연달아 무산되고 있어 제대로 된 후보검증을 바라는 유권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토론이 아닌 1인 회견식의 TV토론회는 30일까지 30여 차례 진행되었지만 패널의 편파성 시비로 시끄러웠을 뿐만 아니라 정착 유권자에게는 별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의 개선을 요구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미약하다. 유권자가 TV나 신문지상을 통해 접할 수 있는 후보의 모습은 국립묘지를 방문하거나, 점퍼를 입고 시장이나 정류장 등을 활발하게 다니며 시민들과 악수하는 모습, 그리고 대규모 청중이 동원된 곳에서 카메라를 향해 환히 웃음 지으며 손 흔드는 모습 뿐이다.

현행대로라면 12월 19일, 언론은 수많은 미사어구를 써서 유권자 투표참여의 중요성을 주장할 것이고. 그에 비해 유권자는 예년과 다름없이 지연・혈연에 얽매여 될 것 같은 사람에게 덜렁 동그라미만 남기고 기표소를 우울하게 빠져 나올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 언론은 낮은 투표율 운운하며 국민의식의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하겠지."1인 회견식 토론회" 그렇게 비판했던 <조선>, <매일>97년 11월 17일 한국 대통령 선거 사상 처음으로 후보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던 <조선일보>. 자신들이 주최하는 합동토론회에 대해 "1인회견 틀 깨기", "역사적 첫 실험"(1997.11.16)이라 규정하며 그동안 진행되었던 "기자회견방식 토론회"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었다.

한편 <매일신문>은 97년 대선보도자문단을 구성 매번 TV 토론회와 후보 합동토론회를 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개선돼야할 TV토론"(1997년 7월 31일), 사설 "미디어 선거 순기능 보완"(1997년 9월 30일) 등을 통해 미디어선거의 개선과제들을 내놓았다.

이들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1인 회견식 후보토론의 문제였고, 이를 수정・보완하라고 해당 방송사, 각 후보군, 그리고 선관위에 요구한 것이었다.

97년 12월 1일 처음으로 방송 전파를 탔던 후보간 합동토론회 종합시청률(KBS1+MBC+SBS)이 55.7%, 전체 TV 시청가구 중 토론회를 본 가구의 비율을 뜻하는 시청점유율은 74%을 기록했던 만큼 후보간 토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이회창 후보의 토론거부가 <조선>, <매일> 침묵의 원인(?)5년이 지난 지금 <조선>과 <매일>은 5년 전 그리도 비판했던 TV토론의 비효율성에 대해 애써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합동토론회 무산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왜 그럴까? 합동토론 무산의 가장 큰 원인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제공하고 있기 때문일까?최근 이회창 후보의 텔레비전 토론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양휘부 방송담당 공보특보(한나라당 미디어대책위 방송운영단장)와 인터뷰를 했던 <한겨레신문> 임석규 기자는 "한나라당은 후보등록 이전에 열리는 합동토론회엔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라며 "거부 이유는 방송사의 공정성 확보장치가 미흡하고, 후보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동토론은 곤란하다는 점"이라 기술했다.

하지만 97년 대선 경험에 비추어 보다면 이 후보측의 합동토론참가 거부는 후보등록이나 방송의 공정성보다는 지지율 하락을 고려한 처사라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다.

한국갤럽은 선거 다음해인 98년에, 97년 11월 12일부터 12월 14일까지 네 차례 TV토론(1인 회견식 토론 1회・합동토론 3회)을 전후해 후보지지도, 후보반감도, 당선가능성 지표를 조사한 보고서 "97 제15대 대통령선거투표행태"를 발행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는 4회 토론을 전후해 모두 1%포인트 이내에서 지지도가 변동했다. 반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1인회견식 TV토론" 직후에는 4.7%포인트나 지지도가 상승했으나, 3차례 합동토론 직후에는 0.7%에서 3%포인트씩 하락했다.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는 "1인 회견식 토론"후에는 3.5%포인트 지지도가 하락했지만, 합동토론에서는 0.9%에서 3.1%포인트까지 상승했다.

현재 이회창 후보는 "1강 2중 구도"- 물론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논의 정도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겠지만-를 유지하면서 지지율에서 다소 앞서고 있지만 이 지지율이 판세를 굳히기에 역부족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 후보가 왜 그토록 1인 회견식 토론에만 집착하는지를 유권자는 짐작할 수 있다.

철새정치인 비판만 하는 <조선>, <매일> 최근 언론노조, 기자협회, 방송협회에서 조사・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유권자들이 후보결정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후보자간 합동토론(65.5%)이라는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또한 97년 대선 당시 중앙선관위가 12월 6일부터 이틀간 21세기 정책개발연구회(회장 이남영 숙명여대 교수)에 의뢰, 유권자 1200명을 상대로 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지 후보 결정에 TV 토론이 얼마나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영향을 받았다"(79.8%)는 유권자의 반응만 보더라도 후보간 합동토론이 가지는 위력과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유권자는 지리한 1인 회견식 토론을 멈추고 후보간 치열한 논쟁을 벌일 수 있는 합동토론을 바라는데, 정작 이를 정치권에 강요해야 할 <조선>과 <매일>은 한나라당의 눈치만 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비굴함을 숨기려는 듯 민주당을 떠나는 철새정치인에 대해 그 어느 매체보다도 목청 높여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조선>, <매일>의 생각 속에 유권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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