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만원 훔쳐 20년 갇혀..세상이 두려워요"

2003. 6. 3. 09: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송감호소 가출소한 40대의 절규 “청송감호소에서 레미제라블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릅니다. 볼 때마다 제얘기인 것 같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젊을 때 훔친 1만원 때문에20년을 교도소와 보호감호소에서 보냈습니다. 이제는 그 세월이 제 발목을 잡지않을까 두렵기만 합니다.”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3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선 장아무개(46)씨는 ‘지난 20년’을이야기하며 “세상이 두렵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대구에서 태어난 장씨는 12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 아버지와 단둘이 살다가19살 이후에는 떠돌이 생활을 했다. 22살이던 79년 처음 남의 물건에 손을 대 징역1년을 살았다. 출소 후 두 달만에 또 절도 혐의로 붙잡혀 징역 2년을 살았다. 82년출소 후 또 몇 달만에 돈 1만원을 훔쳤다. 26살에 이미 전과3범의 상습절도범이되고만 그는 그해 11월 징역 2년과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다시 바깥세상에 나올 때는 32살이 된 88년 4월이었다. 그해 6월 장씨는9만7천원을 훔쳐 또다시 붙잡혔고, 교도소에서 2년, 청송감호소에서 6년을 또보냈다. 그리고 96년 4월 “다시는 남의 돈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결심하며감호소 문을 나섰으나, 또다시 붙잡혀 교도소와 보호감호소에서 5년6개월을보내고, 지난달 23일 가출소했다.

82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모두 21만4천원을 훔친 죄로 그는 합계 20년을 사회와격리됐다. 그리고 그는 이제 마흔여섯살이다.

장씨는 집 밖으로 다니기도 어렵고, 지하철 표를 어디에 넣고 어떻게 통과해야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는 “보호감호가 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고, 사회적응력을높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감호자들은 하루 8시간씩 일해 작업등급별로 근로보상금 1400원~5800원을받는다. 한 달 꼬박 모아도 평균 10만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감호소를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새 삶을 찾으려 노력하다가도 결국 다시 들어오게된다”고 말했다.

“사회보호법은 재범을 막는다는 이유로 같은 범죄를 두 번 이상 저지른사람들에게 보호감호 처분을 내립니다. 하지만 사기를 친 뒤 강도를 저지른 사람은아무리 큰 범죄라도 징역만 살면 됩니다. 어딘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 그의반문이다.

한편 법무부 관계자는 장씨와 관련해 “그는 보호감호소에서 한자능력 3급,이용사 자격증, 워드 자격증, 고입 검증고시 등에 합격하는 등 ‘개과천선’한사례”라며 “지난해 말 현재, 청송보호감호소에는 전과 4범 이상이 94%, 10범이상이 13%이며, 고질적 상습범에 대한 보호감호 선고는 법원이 내린다”고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