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분신 투쟁수단 시대 지나" 발언에 노동계 "발끈"

2003. 11. 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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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노동자들의 잇따른 분신과 자살사태에 대해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노동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에서는 "충격을 넘어 절망"이거나 "제발 그 입 좀 다물라"는 말로 비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 때 이에 대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법무・행자・노동부장관이 한 노동담화문에 대해 언급하면서, 관련 장관을 질책했다는 것.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며 "이같은 메시지가 3부 장관의 담화문에는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고 관련 장관들을 질책했다. 윤 대변인은 이에 대해 "지금 시대에 노동자들이 자살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부 지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노동계는 비난 성명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노총은 6일 성명을 내고 "노동자들이 왜 이렇게 줄지어 분신하고 목매달아 항거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읽기는 어렵다"면서 "심지어 듣기에 따라서는 영등포경찰서장의 기획분신 발언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까지 고개를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이 노동자들이 왜 죽음으로 내몰렸으며 죽음으로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에 대해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멀기만 한 거리감을 숨길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분신하거나 자살한 노동자들은 유서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거나 노동정책이 잘못되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이용석 광주본부장과 금속노조 세원테크지회 이현중 지회장, 금속노조 한진중지회 김주익 지회장 등이 그랬다.

이들 노동자들의 유서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에 대통령에게 남긴 유서는 대통령의 노동문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항의하고 문제해결을 촉구하면서도 대통령 건강을 걱정하며 숨길 수 없는 기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죽어간 노동자들의 심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분신자살 사태 이후 노동문제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오던 노무현 대통령이 첫 말문을 열고 쏟아낸 발언내용은 과연 이들이 죽어가면서 남긴 유서를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아스럽다"는 말까지 했다.

민주노총은 "인권변호사 노무현은 대통령이 됐으니 "민주화된 세상"에서 산다고 느낄지 모르나, 엄청난 당기 순이익을 내고도 임원들만 배당받고 직원들 임금은 동결한 것도 모자라 600여명을 내쫓는 재벌과, 이에 저항했다고 손배가압류를 비롯한 끝도 없는 노동탄압에 시달려야 하는 김주익에게 "민주화된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부산시지부도 "제발 그 입 좀 다물라"는 제목의 촌평을 냈다. 민주노동당은 촌평에서 "한 마디로 사돈 남 말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 자신이 모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재신임이라는 "정치적 자살"을 무기로 국민을 협박하지 않았나?"라고 설명했다.

또 촌평에서는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라고? 노 대통령이 집권했다고 민주화가 완성된 것처럼 착각하나본데 왕년의 인권변호사님, 노동자들이 아무리 합법 파업을 하려해도 어떻게든 꼬투리를 걸어 불법화시키고 손배가압류를 때리는 사회가 민주화된 사회입니까"라고 지적했다./윤성효 기자 (ysh@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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