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광장 공사 평소 15분길 1시간 '엉금'

2004. 3. 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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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시민공모 "LCD빛" 설계 돌연 "잔디"로 서울시가 시청앞 광장 조성공사의 착공을 불과 나흘 앞두고 ‘시청앞 광장조성추진위원회’(추진위)를 열어 애초 계획인 ‘빛의 광장’(조감도)을 ‘잔디광장’으로 바꾼 것으로 드러나 졸속 행정 논란을 빚고 있다.

‘빛의 광장’은 서울시가 설계안 공모까지 해 결정한 것으로, 언론에 여러차례홍보하며 10개월 동안이나 추진해오다 갑작스레 폐기해, 시는 설계업체와시공업체에 줄줄히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5월행사 쫓겨 착공 코앞 애초안 폐기설계・시공업체에 10억원대위약금 물어줄판 ‘빛의 광장’ 설계를 맡은 ‘인터씨티 그룹’은 9일 “지난달 23일 공사시작일(지난달 27일)을 나흘 앞두고 시 공무원들과 설계업체 및 추진위시민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시 관계자들이 전격적으로 애초 계획을폐기하자는 의견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빛의 광장’은 지난해 3월 발표된 설계안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최신 전자설비인 2003개의 박막액정표시장치(LCD)를 광장에 설치해 시청앞을 시정 정보 등이오가는 정보광장으로 만든다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추진위원들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빛의 광장을 포기해선안된다”는 의견을 냈지만, 서울시는 “5월에 열리는 ‘하이 서울’ 축제 일정에맞추려면 빈 땅에 잔디라도 깔아야 한다”며 이를 묵살한 것으로 회의 참석자들은전했다.

서울시는 빛의 광장 계획을 잔디광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민여론을수렴・반영하기 위해 위촉한 추진위 시민위원들에게는 사전 설명과 의견 수렴 등이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2년 7월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 뒤, ‘화두’로 떠오른‘청계천 복원’과 ‘시청앞 광장 조성’을 위해 시민 의견을 듣는 위원회를출범시켰지만, ‘청계천복원 시민위원회’에 이어 ‘시청앞 광장 조성추진위’마저 모두 ‘들러리’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쪽은 “빛의 광장 공사비는 103억원으로 잔디 광장(40억원)의두배가 넘고, 운영비도 1년에 8억원 안팎이 든다”며 “일부 위원들이 반대한다고아직 시기상조인 안을 택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 동안 공사를 준비해온 시공업체 쪽은 “최근까지도 서울시 요구에따라 설계를 수정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를 백지화해 황당하다”며 “서울시는아직도 계획 포기 사실을 알리는 정식 공문조차 보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계업체와 시공업체는 조만간 서울시를 상대로 10억원대의 위약금 청구 소송을 낼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애초 계획이 무산돼 설계자와 시공사가 손해를 입은 것은사실인 만큼 그쪽에서 요구하면 위약금을 지불할 계획이지만 액수는 결정된 바없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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