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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어찌 불법인가

입력 2004. 03. 18. 06:33 수정 2004. 03. 18.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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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국적으로 연일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에 대해 정부가 ‘불법딱지’를 붙인 것은 지나친 처사다. 또한 집회의 원천 봉쇄가 어려우니 평화적관리에 주력하겠다는 어정쩡한 대응방침을 밝힌 것 역시 국민을 헷갈리게 하는떳떳지 못한 처사다. 불법이면 단속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보장해야 하는 것이법의 상식 아닌가. 정부의 이런 모순된 대응은 무엇보다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과, 현행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입법 취지를 근본적으로 잘못 해석한 데서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기본권을 규정한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집시법도집회와 시위에 관한 시민적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다. 단지 시민들의편안한 수면을 보호하거나 치안을 결정적으로 어지럽힐 우려 등의 이유로 야간집회를 규제한다든지 하는 등 단서 조항이 있을 뿐이다. 이 역시 시민사회 안의상충하는 법익을 조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일 뿐, 헌법 정신을 본질적으로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광화문 촛불집회의 경우 집회가 끝난 뒤 쓰레기 한 줌 남지 않을 만큼질서정연하고 평화적으로 치러지고 있다. 한밤인데도 범법행위 한 건 보고된 것이없을 정도로 시민들의 준법의식이 성숙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뚜렷한 명분 없이불법 낙인을 찍는 것은 법 집행 차원에서 전혀 온당하지 못한 처사다. 법 규정을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행정편의적 발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정부의 불법규정은 촛불집회의 특성에 비춰‘야간 집회라도 부득이할 때는 허용할 수 있다’는법 조항에도 어긋나는 무리한 해석임이 틀림없다. 촛불집회가 평화적으로진행된다면 이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바른 자세다. 언론과 출판, 결사 자유와함께 4대 헌법적 자유인 집회자유를 하위법을 들이대 함부로 규제하려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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