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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과 유전체

입력 2004. 04. 20. 08:05 수정 2004. 04. 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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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의학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학계에서 활발하게진행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국어학회가 공동으로 어려운 의학 용어를 쉬운말로바꾸고 있는 게 그 사례다. 얼마 전에 대한의사협회는 ‘게놈’(Genom,유전자+염색체)을 우리말로 다듬은 ‘유전체’를 내놓았다. 국내 언론에서‘게놈’과 ‘지놈’(genome)의 표기를 놓고 혼란을 빚고 있을 때 이런 말을만들어 낸 것이다.

본래 이 말은 독일의 식물학자 한스 빙클러가 1920년대에 처음 만들어 썼는데,나중에 영어・일본어・프랑스어 등에 영향을 주었다. 우리말에는 이 말이 30년대에일본을 통해 들어와 지금까지 독일식 발음인 ‘게놈’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몇 해 전 미국에서 20세기 최고의 과학적 업적으로 ‘지놈 프로젝트’지도 완성을 손꼽은 이후 이 말이 빠르게 세계로 퍼져 갔다. 그 당시 국내 한언론사에서 느닷없이 ‘게놈’을 버리고 미국식 영어 발음인 ‘지놈’을 써야한다고 주장하면서 게놈과 지놈의 표기 문제가 불거졌는데, 해당 신문은 지금도‘지놈’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의 언어생활에 상당한 혼란을 부를 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언론사의 태도라고 볼 수 없다. 그 뒤에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는오래 써서 관용으로 굳어진 ‘게놈’ 표기를 표준으로 정했지만, 대한의사협회에서내놓은 ‘유전체’가 이보다 좀더 바람직한 듯하다.

지금 우리말 속에 서양 외래어가 10%를 넘어 서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말의정체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서양말로부터 우리말을 지키고 가다듬는 것이겨레의 정체성을 지키는 한 방법일 것이다.

최용기/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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