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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인터뷰> 성공회 서울교구 첫 여성사제되는 김기리 부제

입력 2004.05.25. 06:38 수정 2004.05.2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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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선배 여성사제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여성성직자들이 나올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 처음으로 여성사제가 탄생한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김기리(30) 부제(副祭.사제가 되기 직전의 성공회 성직자)는 오는 27일 열리는 서울교구 성직서품식에서 정철범 서울교구장으로부터 정식으로사제서품을 받는다.

성공회 전체적으로 여성신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4월 부산교구에서 당시 민병옥(閔炳玉) 부제가 대한성공회 첫 여성사제가 된 이후 지금까지 대한성공회에는 부산교구에서만 4명의 여성사제가 배출됐다. 당시 여성신부의 탄생은 1890년 국내에 성공회가 전래된 이후 111년만에 처음이었다.

김 부제는 다섯번째 여성사제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서울교구, 부산교구, 대전교구 등 3개 교구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대한성공회의 특성상 서울교구에서 처음으로 여성사제가 나온 것은 서울교구가 본격적으로 여성성직자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교구에는 전체 112명의 성직자(사제와 부제)중에서 여성이 4명에 불과할 정도로 여성성직자가 열악한 형편이다.

김 부제는 모태신앙으로 어릴 때부터 예수를 믿고 따랐다. 하지만 처음 다니던기독교 교단은 성공회가 아니었다. 서울대 미학과 김문환 교수의 딸로 부모를 따라개신교중에서 기독교장로회에 속한 서울 장충동의 경동교회에 다녔던 것. 성공회로 교단을 옮긴 것은 성공회의 진보적인 정신을 높이 평가한 아버지의 조언으로 성공회대 신학과에 입학하고 난 뒤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하며 `중용"을 실현하는 성공회의가르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정신을 대학에서 교과서로만 배우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공회 교회로 옮겼죠." 그런 결심을 하게 된데는 당시 총장으로 깊이 존경하던 이재정 신부와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던 평화포럼의 강원용 목사의 도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강 목사가 이끌던 크리스천아카데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강 목사와는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같이 잘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사제가 되는 길이 그렇게 쉽지 만은 않았다. 가시밭길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지난 1998년 성공회 신학대학원에 들어가면서 찾아왔다.

여성이 대학원에는 입학, 신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허용해놓고는 정작 성직후보자 고시에는 응시할 수 없도록 막는 이율배반적인 조치로 인해 좌절감을 맛보아야했다.

김 부제는 당시 자신을 포함해 같이 신학대학원에 다니던 여학생 3명은 시험장에서 가서 시험을 거부하며 무언의 항의시위도 벌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에서 교환교수로 일했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해외에 장기 체류했던 경험을 살려 정식사제가 되면 섣불리 교회현장에 나가기 보다는 교구본부에 남아 외국 성공회와 대한성공회를 잇는 다리역할을 하는데 우선 힘을쏟을 계획이라고 김 부제는 말했다.

사실 그는 해외경험이 풍부하다. 지난 1999년 성직후보자시험을 치지 못하게 되자 정철범 주교의 주선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버밍엄에서 1년간 수학했다. 현재는 일본 성공회와 대한성공회가 힘을 모아 설립한 한일협동위원회에서 한일 청년중심의문화교류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그는 일찍이 대안학교 활동에도 참여했다. 1994년부터 크리스천아카데미에서 주도한 `따로 또 같이 만드는 학교"란 국내 첫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했으며, 지금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는 종교내 여성차별적 제도를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의 노예의식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변했다.

"남성중심적으로 짜여있는 지배구조에 여성 스스로 길들여지며 자신의 권리를자진해서 포기하는 등 여성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을 바꾸지 않고는종교내 여성차별을 개선할 수 없습니다." 성공회 사제는 결혼을 할 수 있도 있고, 미혼으로 남을 수도 있으나 그는 마음에 두고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며 결혼할 뜻을 내비쳤다. <사진있음>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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