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위헌> 헌재의 '관습헌법" 인정 논리는

2004. 10.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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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 대체로 `수긍"..`관습헌법 따른 개헌"엔 이견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주요한 근거로 `관습헌법" 논리를 내세우면서 성문.불문헌법의 구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한 사례이기도 하다.

헌재는 "조선왕조 창건 이후 한성(漢城)이 수도로 기능해왔고 일제시대와 건국이후까지 서울은 우리나라의 수도로서 전국민의 폭넓은 승인을 얻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해 온 헌법적 관습이자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불문헌법에 속하기 때문에 수도이전 문제도 성문헌법의 경우와 같이 헌법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 헌재는 특히 서울의 역사에 대해 결정문의 상당부분을 할애하며 조선의 기본법전이었던 경국대전(經國大典)까지 인용, 한성부가 경도(京都), 즉 서울을 관장한다고 명시해 한성의 수도로서 지위를 법상 분명히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이 같은 논리에 따라 신행정수도 건설이 명백히 `수도 이전"에해당하는 것임을 밝혔다.

헌법은 성문화(成文化) 여부에 따라 성문헌법과 불문헌법으로 구별되는데 성문헌법은 법전의 형식을 갖춘 헌법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성문헌법을 갖고 있다.

반면 불문헌법은 단일한 법전의 형식를 갖추지 않은 채 관습이나 규범에 의해확립된 헌법으로 영국과 뉴질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허 영 명지대 헌법학 교수는 "우리나라 외 어느 나라도 성문헌법 외에 헌법 관습법을 두고 성문헌법이 담을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특정사회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앞으로도 반드시 계속된다는 법적 확신이 있을때 관습헌법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수도가 서울이라는 게 헌법적 사안이라면 국민이 그런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정사안이 헌법에 해당한다는 실질적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판단은국민의 기본적 지위나 국가조직, 국가 기조 이념이 될 수 있는데 김 교수는 `수도=서울"이 관습헌법 사안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설령 서울이 수도라는 점을 관습헌법으로 인정할 수 있어도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쳐 헌법개정 절차에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학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헌법 130조 국민투표권 규정은 성문헌법의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지 관습헌법의 개정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며 "헌재의 법리전개는 적절치못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기나 국가 등 헌법에 기재되지 않은 관습적 사안을 개정하는데 있어 모두 국민투표권 부여 등 헌법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에 대한 복잡한 문제가 뒤따르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논거가 불충분했다는 것이다.

또 헌법은 개정절차의 난이에 따라 일반 법률의 개정절차보다 엄격한 경성헌법과 그렇지 않은 연성헌법으로 구별하는데 모든 불문헌법은 일반 법률의 개정절차에준하는 연성헌법이라는 점도 법학계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임지봉 건국대 법대 교수는 "불문.관습법 위배라고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제까지 우리 헌재 역사상 뿐 아니라 세계 헌재 역사에서도 없었다"며 "헌법적 관습,정신, 관행 등에 대한 위배를 지적한 사례가 독일과 미국 등에 있었지만 그것은 성문헌법 위배 여부가 우선적 판단기준이 됐을 뿐 이번처럼 판단 근거로 관습헌법 위배만 놓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무척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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