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듯한 '군대의 추억'..'DMZ비무장지대'

2004. 11. 11.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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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6시 일본 도쿄의 번화가 긴자에 위치한 마루노우치 도에이 극장앞.한국영화 ‘DMZ 비무장지대’의 세계 첫 시사회가 1시간이나 남았지만 극장에 들어가려는 일본 관객 500여명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이들은 최근 일본에서 일고 있는 한류열풍 속에 ‘한국’이라는 브랜드만 보고 찾아온 일본인들. 잘 알려진 스타가 나오는 영화가 아닌데도 시사회장은 성황을 이뤘다.

오후 7시,이규형 감독과 주연배우인 UN의 김정훈 이재은 정채경 등이 무대인사를 했고 일본의 유명 액션배우 마츠카타 히로키,쿠사나기 쇼헤이 도에이영화사 전무 등이 꽃다발을 전했다.

시사회 도중 객석 곳곳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이 감독은 이에 “문화가 아니면 무엇으로 한국인인 내가 일본인을 울릴 수 있겠느냐”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DMZ 비무장지대’는 1979년 ‘주체조선’과 ‘자유대한’이 공존하는 DMZ에서 수색중대 소대원으로 복무한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 그 해 10?26과 12?12 사이 47일간 비무장지대에서는 ‘남조선은 끝났다’라는 대남방송이 흘러나왔고,실제로 인민군복을 입은 북한 병사들과 수많은 교전이 있었다.

얼핏 남북의 대치를 다룬 진지한 ‘전쟁영화’로 여겨지지만 ‘DMZ…’는 그보다는 ‘군대영화’에 가깝다.

이념의 갈등,남북의 교전 등 무거운 주제를 바탕으로,군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할만한 코믹한 웃음이 반반이다.

군 생활초기부터 지금까지 무려 25년간 이 영화만을 생각했다는 감독. 그러기에 하고싶었던 말이 너무 많았던걸까. 단체로 여자팬티를 입고 야간 행군을 하는 에피소드나 악독한 소대장을 정신병자로 내몰아 쫓아내는 웃음도 녹여야 했고,비무장지대라는 특수상황에서 겪는 남북의 대치와 교전 등 묵직한 소재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비록 남북이 총부리를 마주하고 있지만 사실은 같은 민족이고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마지막 장면. 이를 위해 클라이막스가 지난 후 새로운 이야기를 넣는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이런 감독의 욕심끝에 영화는 확실한 제 빛깔을 잃었다.

10?26 직후 북한이 ‘남조선은 붕괴직전’이라며 남파 훈련을 하는 장면에선 ‘쉬리’,비무장지대의 울창한 갈대숲은 ‘공동경비구역 JSA’,남북이 격투를 벌이며 죽고 울부짖는 장면은 ‘태극기 휘날리며’가 겹쳐진다.

북한을 보는 시각은 70,80년대 반공 포스터 속 모습 그대로다.

북한 주민들은 ‘강냉이〜’하면서 사진포즈를 취하고 인민군은 호시탐탐 남침을 노리며 땅굴을 파는 ‘괴뢰’로 묘사된다.

감독의 공백이 길어서일까. 생뚱맞은 클로스업 등 카메라 기법과 촌스럽게 느껴지는 음악 등은 기술수준마저 80년대로 낙후된 느낌이다.

이 영화는 선뜻 나서는 제작사가 없어 3년 이상 끌어오면서 시나리오만 17차례 바뀌었고 캐스팅의 난항을 겪었다.

결국 초반 낙점돼 촬영을 진행했던 구준엽 분량은 대거 삭제됐으며 김래원 캐스팅은 취소되기도 했다.

대신 UN의 김정훈에게 역할이 돌아갔다.

그러나 김정훈은 자신의 첫 연기로서는 봐줄만하지만 영화를 끌고가는 주인공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오디션으로 뽑힌 북한군 역의 정채경이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26일 개봉.도쿄=한승주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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