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나운서 비대위, 조선일보 기자 고소

입력 2004. 12. 24. 02:30 수정 2004. 12. 24.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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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방송 <시사투나잇> 김윤지 아나운서는 자신의 뜻과는 무관한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다. 지난주 문갑식 <조선일보> 기자가 한국방송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탓이다. 문 기자는 ‘신문시장이 망하게 된 이유’라는 글에서 김 아나운서를 연상케 하는 이를 ‘유흥업소 접대부’에 견줘논란을 불렀다. “국영방송의 한 심야 프로그램”에 나오는 “여성 아나운서”라고 지칭했기 때문이다. 국영방송은 공영인 한국방송을 지칭하고, 여성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한국방송의 심야 프로그램은 <시사투나잇>밖에 없다.

지난 22일 오후 김 아나운서와 전화가 연결됐다. 시간이 얼마간 지난 탓인지 김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차분하고도 안정적이었지만, 말투는 조심스러웠다. “지난주 목요일 새벽 방송을 마치고 (사무실을) 지나가다 (<시사투나잇>의) 인터넷 게시판을 보고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한 시청자가 글을 올렸더라고요. 당연히 기분이 많이 나빴습니다.” 김 아나운서는 이번 일을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여성 방송인들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저만의 문제도 아니고, 아나운서만의 문제도 아니에요. 모든 여성 방송인들의 문제인 거죠. 방송을 하는 어떤 여성도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그런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문 기자의 비하글에 꼭 법적 책임 물을 것”‘시사투나잇’ 자원…정치적 공격 대상 되기도 그래서 김 아나운서는 아나운서 선배들과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계속 회의를 통해 소송 준비를 하고 있어요. 매일 새벽 3시에나 일이 끝나 시간이 별로 없는데, 요즘은 더 바빠요. 내일도 오전 11시에 회의가 있거든요.” 이는 김 아나운서만이 아닌 다른 많은 방송인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한국방송 아나운서협회도 “여성 아나운서 35명 전체 명의로 문갑식 기자를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27일 고소장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표영준 한국방송 아나운서 팀장은 “자꾸만 김윤지 아나운서 개인에게 부담이 지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견이 있어 회의를 계속 열고 있으나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일은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입사한 김 아나운서는 그해 11월 신설된 <시사투나잇>에 자원해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지금까지 왔다. 현재는 <티브이 문화지대> 등 4~5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당시 신입 아나운서가 시사보도 프로 진행을 맡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시사투나잇>을 1년여 진행해온 김 아나운서는 무엇보다 소박하고 친근한 외모와 차분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말투가 장점으로 평가받았다.

프로그램 특성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들을 다뤄야 했기에 그의 장점은 더욱 부각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치 사안들을 직접적으로 다뤘기에 정치적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어처구니없는 이번 일도 그 와중에 일어났다.

김 아나운서뿐 아니라 <시사투나잇> 제작진에게 올해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대통령 탄핵 사태와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 굵직한 정치 사안들이 많았던 만큼, 쉽게 보낸 날이 하루도 없었다. 한나라당은 ‘편파보도’ 시비를 일으켜 취재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고, 최근엔 취재진이 보수단체 회원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계적 중립과 객관주의’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주는 제7회 앰네스티 언론상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제6회 민주시민언론상을 받고, ‘2004년 올해의 좋은방송’으로도 뽑힌 까닭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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