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병호 의원 "삼성전자, 노조탈퇴 강요" 폭로

2005. 1. 1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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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11일 “삼성전자가 노조 가입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노조 탈퇴와 사직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단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삼성전자 측에서 수원공장 세탁기 개발실에 근무하던 홍두하씨에게 노조 탈퇴와 사직을 조건으로 한 2억5000만원의 지급 확인서와 입금 내역이 기입된 홍씨의 통장 사본을 공개했다.

이날 단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가한 홍씨는 “지난해 9월 광주 출장 중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시스템사업부 인사그룹 성준석 차장이 밀폐된 공간에서 핸드폰을 끄게하고 ‘노조를 탈퇴하면 최대한 지원을 하겠다’며 회유했다”며 “계속된 강요에 노조탈퇴서를 쓰고 나자마자 바로 퇴직원 작성을 강요하며 ‘구조조정과 동일한 명예퇴직금보다 돈을 더 주겠다’며 회유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통장 사본에는 삼성전자가 ??2004년 9월24일 1억2800만원 ?퉤? 10월29일 5700만원 ?퉤?4500만원 등 세차례에 거쳐 2억3000만원 가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의원은 “중간 정산 후 남은 퇴직금 3500만원과 명예퇴직금 85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1억3500만원은 노조 탈퇴를 조건으로 지급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도중 시종일관 눈물을 흘리던 홍 씨는 “노조 탈퇴, 회사 사직 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허무하게 굴복한 자신에 대한 모멸감으로 방황하다 더 이상 삼성의 부당하고 악랄한 노조탄압을 묵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폭로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 의원은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가 설립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지만 본 의원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삼성의 무노조 정책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각오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철호 기자 bookmoon@segye.com■다음은 홍씨가 직접 작성한 경위서 전문◆경위서○진술인 : 홍 두 하(630413-17XXXXX)○본인은 1988. 5. 24. 삼성전자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수원공장 세탁기 개발실에서 근무하던 중 2004. 9. 9. 퇴사하였습니다.

○2004. 8. 9. 본인을 비롯한 삼성전자 주식회사 노동자 3인과 강재민(위치 추적을 고소한 것을 이유로 현재 삼성 SDI 주식회사로부터 전보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당하고 있는 자입니다)을 비롯한 삼성SDI 주식회사 노동자 4인, 총 7인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에 가입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삼성전자 주식회사에서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모두 좌절되는 것을 보고 삼성 그룹 내에서 단위노조를 건설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일단 금속노조에 가입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당시 노조에 가입하였던 위 7명 중 현재 위 강재민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이 모두 회사의 회유와 강압에 못 이겨 본인과 비슷한 시기에 노조에서 탈퇴하였습니다. 그 중 본인을 비롯한 2인은 강제 사직을 당한 상태이고, 1인은 중국에 전보조치된 상태이며, 위 강재민은 위에서 밝힌 대로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본인이 위 노조에 가입한 이후인 2004. 9. 9. 본인이 삼성 광주공장에 출장을 갔을 때 본인과 함께 근무하는 장봉안 부장이 광주공장 T/F 팀장인 김광진 상무가 보자고 한다고 하여 위 장봉안 부장과 함께 냉장고 공장에 있는 분임조 회의실로 갔습니다.

○위 김광진 상무는 전날 라인생산량에 대해 몇 마디하다가 먼저 밖으로 나갔고 곧 이어 성준석 차장이 위 회의실로 들어왔습니다. 그 직후 위 장봉안 부장도 밖으로 나갔습니다.

○위 성준석 차장과 본인만 남은 상태에서 위 성준석 차장은 본인 가족의 안부를 물으면서 대화를 시도하더니 곧 본인의 핸드폰을 끄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자기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없냐며 다 알고 왔으니까 바른대로 얘기하라며 계속 다그쳤습니다.

○본인이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고 계속 버티자 위 성준석 차장은 같이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 이름을 대며 본인이 위 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추궁하였습니다. 이에 본인은 더 이상 부인하기 힘들어 위 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모두 밝혔습니다. 본인은 지금도 회사가 우리들의 노조 가입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본인으로서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러자 위 성준석 차장은 본인에게 노조를 탈퇴할 것을 집요하게 강요하면서 본인이 노조를 탈퇴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 선에서 불리하지 않게 최대한 지원을 하겠다고 회유하였습니다. 이에 본인은 회사는 다녀야 되겠다는 생각에 노조탈퇴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성준석 차장의 강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노조 탈퇴서를 쓰자마자 바로 퇴직원을 작성할 것을 강요하였습니다.

○본인이 그것만은 도저히 못하겠다고 끝까지 거부했으나, 위 성준석 차장은 삼성의 경영이념에 배치되는 사고로 노조에 가입했던 사람은 더 이상 삼성에 다닐 수 없다며 구조조정과 동일한 명예퇴직금을 지급 할 테니 퇴직원을 쓰라며 계속 강요하였습니다.

○본인은 위 회의실에 감금된 상태에서 5시간 동안이나 버텼으나 퇴직원을 쓰지 않고는 위 회의실을 못 나갈 것 같다는 불안이 엄습하여 결국 명퇴금에 일정액을 더 받는 조건(총 2억5천)으로 퇴직원을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구두 약속은 믿지 못하겠다고 하자 위 성준석 차장은 자신의 친필 서명이 기재된 지급확인서를 본인에게 제공해 주었습니다. 단 퇴직금 지급은 상황을 봐가며 3개월에 걸쳐 나눠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본인은 노조도 탈퇴하고 졸지에 회사까지 사직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3차례에 걸쳐 은행 통장으로 위 금액을 지급받았습니다.

○그 이후 아직 노조를 탈퇴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강재민 동지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 당시 더 버티지 못하고 허무하게 굴복한 나 자신에 대한 모멸감 등으로 방황하다 다소 뒤늦긴 하였지만 삼성의 부당하고 악랄한 노조탄압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위 사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하였던 것입니다.

○본인은 이후 검찰과 노동부에 위 사실을 고소할 것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5. 1. 11.홍 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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